▲긴급 상황실'신 영업 시스템' 문제로 본부장실에 긴급 상황실이 개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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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새 전산 시스템인 '신 영업 시스템'이 오픈하고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그 혼란을 예상하고 착실히 대응방안을 마련해온 나는 일약 회사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기술부서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영업관리쪽에 가까운 직무를 담당하다보니 항상 기술부서 내에서 소외되고 실제로 그렇지 않음에도 저평가 받기 일쑤였다. 그 시선이 이번에 싹 바뀌게 됐다.
3년째 우리팀을 맏고 있는 팀장님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 대해 항상 '잘 몰라서...'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뭔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협력업체별 월말 결산 보고를 올리면서 무언가의 대안을 제시하면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잘 몰라서...'였다. 처음엔 직무 성격이 다른 업무이다보니 기술팀장으로써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해 초등학생 수준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또 설명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건 '무관심'이라는 걸 알게됐다.
현장에 이렇게 큰 여파를 끼칠 '신 영업 시스템'의 오픈을 미루고 개선해야한다고 말할 때에도 팀장님이 관심 없다보니 더 위로 보고가 될리 만무했다. 그렇게 결국 일정대로 시스템이 오픈됐고 현장은 마비됐다.
본부장실에 '컨퍼런스콜(전화회의시스템)'로 전사 긴급 상황실이 개설됐다. 거길 들락 날락 거리면서 하나씩 현장의 업무를 대응해 나갔다. 그 일이 평소에 쌓아온 내 역량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우리 부서의 팀장님은 부서의 업무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능력없는 리더' 이미지를 갖게됐다.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나는 중간에서 불편해졌다.
어느정도 현장이 수습되고 나는 본부장님과 부쩍 가까워졌다. 현장 업무에 대한 시찰을 나갈 때면 본부장님은 팀장님이 아닌 나와 동행했다. 그런 일들이 계속 발생하다보니 팀내에서는 나를 시기하는 사람들의 뒷담화가 늘어갔다. 그걸 알면서도 본부장님의 업무지시를 거역할 수는 또 없었기에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했다.
이 일로 인해 내가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 대한 회사내 관심도는 급격히 올라갔다. 그 덕에 내가 추진하고자 하는 일의 기획서는 줄줄히 승인됐다. 그 덕에 '전사 최초' 타이틀을 달고 업무를 진행해 전사 베스트 사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하기까지는 본부장님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한번은 본부장님께서 현장 시찰을 나가는 도중 이동하는 차안에서 그런 말씀도 하셨다.
"OOO님(팀장)은 장비관리 업무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있는것 같던데..."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직접 이렇게 말씀하시니 난처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닙니다. 다 팀장님이 평소에 관심가져 주셔서 이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솔직히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본부장님은 '그렇게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며 더이상 그 얘기를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몇달 뒤 정기 인사 이동에서 우리팀은 팀장 변경이 있었다. 3년이나 우리팀을 맡고 있었기에 이동 할 때가 됐긴하지만 더 오래 이동하지 않고 있는 팀장님들도 있기에 나는 괜히 마음이 쓰였다.
새로 우리팀을 맡은 팀장님은 서울 본사에서 내려오신분이었다. 팀장님들중에 나이가 아주 젊은 축에 속하셨고 평소 군대문화를 좋아하던 기존 팀장님과 달리 아주 합리적이고 인간적인분이셨다. 나뿐만 아니라 팀원들 대부분이, 심지어 연말에 평가를 잘 못받은 팀원들도 그리 말을 했으니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대한 분이라는건 분명한 사실인듯 했다.
본부장님 참석... 회의 분위기는 180도 반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