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양순 (84세)부여군 홍산면에서 유일하게 모시를 짜는 여인. 노령연금이 지급되면서 모시를 짜는 여인들이 급격히 줄다가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오창경
내가 모시옷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동네에서 모시를 짜는 여인들을 직접 보게 되면서다. 시골살이하러 충남 부여에 처음 정착한 20여 년 전에는 동네 집마다 베틀이 있었고, 농사일보다 모시를 짜서 파는 일이 가계 경제 활동의 중심이었다. 아직도 베틀에 앉아 모시를 짜는 여인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모시를 짜서 시장에 내다 파는 경제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 신기했다.
지금은 한산 세모시가 국가적인 브랜드가 됐지만 모시는 '모시 저(紵)'자가 들어간 저산팔읍에서 보부상들을 통해 주로 유통됐던 옷감이다. 저산팔읍이란 홍산, 부여, 임천, 비인, 한산, 서천, 남포, 정산(은산) 등 8개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의 여인들은 낮에는 밭일을 하고 밤에는 모시를 짜서 생계에 보태며 살아왔다. 모시를 재배해서 짜는 여인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지명에까지 '모시 저'자를 넣을 정도였다. 지금도 모시를 짜는 여인들은 손주들의 피아노를 사준다거나 대학 등록금을 보태주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모시를 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