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KAIST를 거쳐 일본 동경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해 장래가 촉망됐던 이창헌씨. 그는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의 과장으로 일해왔다. 이제 갓 백일을 넘긴 딸아이와 사랑하는 아내를 남겨두고, 다정했던 남편 이창헌 과장은 부모님이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
드라마 <미생>은 드라마일 뿐이었다. 중소기업에 입사한 27세 신성민씨는 베트남의 한 건물에서 투신자살했다. 지난해 2월에 벌어진 일이었다. 입사 1년 반 만에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하게 된 신입사원 신씨는 월급 중 120만 원을 부모에게 입금할 정도로 효자였고, 장학금을 받고, 봉사활동에도 열심이었던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고강도의 업무량과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회사 건물서 몸을 던졌다. <미생>의 장그래가 되지 못한 채. 그가 죽기 전 한국의 친구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이미 예견된 혹은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증거였다.
"머지않아 귀국을 하든지 귀천을 하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겠다."하지만 회사 측은 대단하게 일관적이었다.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사원들의 죽음이 회사에 누를 끼쳤다며 반대로 유족을 다그쳤다. 이씨의 가족들은 자살의 원인을 찾고 있었고, 신씨의 부모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중이었다.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고 무기로 죽여야 죽이는 겁니까?"라며 묻는 신씨의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역력했다. 죽은 자식도, 살아남은 아비도, 그걸 지켜보는 이들도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죽음. 그렇다면 가해자는 누구인가.
이어지는 과로사와 과로 자살, 가해자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