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에 있는 고래공원.
이주빈
다음 여객선이 들어올 때까지 시간이 났나 보다. 여행객들이 오색꽃잎처럼 흑산도 예리 선창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유쾌한 흥정을 벌인다. 간만에 파시(波市)가 다시 선 듯 선창이 들썩인다.
여행객들이 흥정을 벌이는 것은 마른미역이나 다시마, 말린 생선, 흑산도에서 양식한 전복 등이다. 특히 연근해보다 수온이 섭씨 2도나 낮은 흑산바다에서 양식한 전복은 육질이 쫄깃해 인기가 좋다.
하지만 여행객들을 들뜨게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홍어다. "흑산도에 왔으니까 흑산홍어 맛은 보고 가야지"라며 노천 주점이나 식당에서 흑산홍어 시가를 묻고, 흥정을 벌이다 맛을 본다. "역시 달라"하는 감탄사가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 흑산도는 홍어의 섬이다.
'흑산홍어'의 정식 이름은 홍어목·홍어과에 속하는 '참홍어'다. 흑산홍어는 아래로는 흑산도, 위로는 대청도를 오가며 오징어나 새우, 게 등을 먹고 산다. 흑산홍어의 살에선 특유의 붉은 빛깔이 나는데 이 때문에 붉을 홍(紅)자를 써서 '홍어(紅魚)'라 부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넓을 홍(洪)자를 써서 '홍어(洪魚)'라 한다. 생김새 따라 이름을 지은 경우다.
흑산도에서 유배살이를 하며 한국 최초의 해양생물백과사전인 <자산어보>를 쓴 손암 정약전. 그는 <자산어보>에서 홍어를 '분어(鱝魚)'로 분류해 설명했다. 그리고 "현지에서 부르는 이름은 '홍어(洪魚)'"라며 소개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