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도종환 장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영화진흥위원회는 '2017년 상반기 저예산영화개봉지원 사업' 심사결과를 공지했다. 이 사업은 영진위가 신청과 심사를 거쳐 저예산 독립영화의 배급/마케팅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 상반기엔 총 54편의 신청작 중 16편을 선정했다.
헌데 이 결과 발표 이후 독립영화인들의 탄식 어린 반응이 쏟아졌다. 대개 "아니, 정권이 교체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작품들이"라거나 "이럴 수 있었으면서 지난 정부들에선 그랬던 건가"하는 반응 일색이었다. 이런 반응은 사실 블랙코미디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정작에는 사드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나 용산참사를 다룬 <공동정범> 등 이른바 사회 현실을 건드린 '문제작'들과 함께 독립영화계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고루 망라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선정될 만한 '좋은 작품'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지난 정권이었다면' 혹은 '작년이었다면'이란 찜찜한 기분과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가 잔존했다면 선정되기 힘들었을 작품이란 얘기다. 한 마디로, 정권 교체 직후 문체부의, 그리고 영진위의 '비정상의 정상화'가 진행되는 느낌이랄까.
블랙리스트 청산의 시발은 이렇게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 일컬어지는 부역자들의 책임을 묻고, 그들이 만들고 실행하고 있는 정책과 제도에 재정비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행동이 그대로 문화예술인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라는 도 장관의 말마따나 결국 문체부 산하 공무원들이야말로 일선 현장의 문화예술인들과 만나며 제도와 정책을 매만지는 실무자요, 그들의 손끝에서 지원과 배제를 포함한 문화 정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쇄 작용은 고스란히 창작자들은 물론 관객이나 수용자, 즉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헌법재판소와 검찰이 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박 전 대통령 파면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의 구속에 주요한 요건으로 상정한 것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오는 7월 3일,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자들의 결심공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블랙리스트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다음 달 3일 결심공판을 고려 중이라 밝혔다. 7월 안으로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도종환 장관의 블랙리스트 청산 작업을 위해서도, 이 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무거운 형량이 내려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정권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흔들었던 블랙리스트 사건이 얼마나 중차대하고 불행한 사건이었는지 환기하는 한편 또 이에 부역한 '영혼없는 공무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덧붙여, 도종환 장관이 약속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도 눈여겨 보자.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족적을 남기는 이러한 '좋은 선례'는 적극적으로 지지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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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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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떠올리게 하는 도종환 장관의 첫 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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