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 소하천 유입구에서 만난 작은 수박만 한 큰빗이끼벌레.
김종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사적 제12호 공산성 앞에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다. 자라부터 붕어까지 한두 마리가 아니다. 지난해 자취를 감췄던 큰빗이끼벌레도 지천 합수부에서 집단으로 서식하는 것이 발견되었다.
강변 갈대가 키 높이만큼 자랐다. 이른 아침부터 공주시가 강변 제초작업에 나섰다. 공주보 우안 쌍신공원은 중장비까지 동원되어 풀베기에 나섰다. 요란한 기계소음에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고라니가 줄행랑을 친다. 이리저리 내달리던 고라니는 결국 차도로 뛰어들었다.
풀베기가 끝난 강변은 속살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풀숲에서 뛰어놀아야 할 고라니는 강변도로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로드킬을 당한 것이다. 쌍신공원과 공주보 좌안 차도에 확인된 것만 다섯 마리 정도다. 차량에 치이고 짓밟힌 사체가 참혹하다.
19일 찾아간 공주보도 분주하다. 수자원공사 보트가 빠른 속도로 강물을 휘젓고 다닌다. 녹조가 발생하면서 수자원공사가 개발한 이른바 녹조 흐트러트리기 전법이다. 보트가 지나간 자리는 온통 흙탕물로 변했다. 파도가 밀려와 강변 둔치를 때리면서 씻겨 내린 흙이 강물과 뒤섞여 발생하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공산성이 바라다 보이는 충남 공주 금강철교(公州 錦江鐵橋) 쪽으로 이동했다. 구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하는 교량인 금강철교는 등록문화재 제232호이다. 동행 중인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와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챙겨 입었다. 물가를 걷기 위해서다.
허벅지까지 잠기는 낮은 물가를 따라 걸었다. 죽은 물고기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4급수 오염에도 견딜 수 있다는 붕어다. 서너 발짝 옮기자 또다시 죽은 물고기다. 사체엔 쇠파리가 잔뜩 달라붙어 있다. 하얀 애벌레가 꿈틀거린다. 구더기다.
매일 죽은 물고기가 보이는 풍경... 참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