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 가는 바닷길. 찻길 옆에 인도가 마련돼 있다.
김종성
좌석직행버스를 타고 화성시 송산면 제부도 입구 정류장에 내렸다. 서울 사당역이나 수원역 앞에서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오가는데 모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넉넉한 화물칸이 있어 좋다. (전철 사당역 4번 출구 앞 1002번 버스, 1호선 수원역 4번 출구 앞 1004번 버스. 운행시간 문의는 제부여객 031-356-5979).
버스에서 내리면 화려한 간판을 내세운 횟집들과 함께 저 앞으로 바다가 보이고 그 위로 난 바닷길과 섬이 떠 있다. 바닷길 위로 자동차가 오갈 수 있게 도로를 깔아 놓았다. 1980년대 말에 깔았다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해안선 길이 5.3㎞에 초등학교 분교가 하나 있는 아담한 이 섬의 지명이 좀 특별하다.
제부도. 한자가 건널 제(濟), 도울 부(扶)다. 알고 보니 '제약부경(濟弱扶傾)'이란 말에서 유래했단다. 포장도로가 없던 시절, 주민들은 썰물 때 드러난 육지와 섬 사이의 갯고랑을 건넜다.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들은 부축하고 건너서 '제약부경'의 '제'자와 '부'자를 따서 제부도라 했다고. 정겨우면서도 아릿한 풍경이 떠오르는 섬 이름이다.
자전거 안장 위에 올라타 섬까지 이어진 2.3㎞의 바닷길을 천천히 달려갔다. 찻길 옆으로 인도를 만들어 놓아 안전하게 갈 수 있다. 바다 속에 있는 물길인 갯골 혹은 갯고랑을 따라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하게 길을 놓아 덜 삭막했다. 이 특별한 바닷길 덕택인지 이 섬은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가 됐다.
아무도 걷는 이가 없는 인도엔 불과 몇 시간 전엔 바다였다는 걸 증명하듯 가로등 기둥에 따개비가 잔뜩 붙어 있었다. 햇볕은 따가웠지만 차고 습한 안개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온몸을 적시듯 시원하게 불어왔다. 바닷가에서 쐬는 바람과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바람이었다.
제부도 바닷길엔 차를 타고 가면 못 만나는 것들이 많다. 물 빠진 갯벌 위로 뭔가 펄쩍펄쩍 뛰어다녀 쳐다보니 작은 몸에 비해 왕방울만 한 눈을 가진 물고기 '짱뚱어'였다. 순천만에서 처음 보고 알게 된 귀여운 물고기. 미간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눈이 커서 익살맞게 보이는 이 물고기는 서남해안에선 '짱뚱어탕'이라는 별미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큰 눈을 껌벅거리는 모습이 '짱(최고라는 뜻의 속어)' 귀여워 난 잘 안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