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수목원로라는 별칭이 붙은 98번국도. 국립수목원, 광릉, 봉선사가 이어진다.
김종성
차량들 바로 옆에서 국도를 달리다보면 대기오염의 주범을 코를 통해 알게 된다. 특히 경유를 쓰는 디젤 차량이 뿜는 매연은 저절로 숨이 멈춰질 만큼 지독하다.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차를 홍보하며 '청정 디젤'이란 표현을 하곤 하는데, 자전거 여행자에겐 '건강한 담배'라는 말로 들린다.
고개 끝에 다다르니 그늘 아래 야외 쉼터가 마련된 편의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길을 달려 지나는 운전자와 오토바이, 자전거 라이더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찬 음료를 마시며 쉬어 가고 있었다.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달려 닿은 축석휴게소에서 만난 98번 국도는 좀 특별한 찻길이다. 국립수목원, 광릉, 천년 고찰 봉선사를 지나는 10km 정도의 길로, 광릉수목원로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주변 풍경이 좋아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이 길을 지나다보니 자전거탄 여행자에게 더 좋은 길이지 싶다. 일자로 쭉 뻗어 있는 길이 아닌, 구불구불 휘어지는 길이다.
갓길이 없는 좁은 국도다 보니 차를 타고 가면 맘에 드는 풍경이 나와도 잠시 멈추지 못하고 휙 지나가야 한다. 자전거를 탄 나는 오르막을 오르듯 느릿느릿 속도를 줄여 달리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달렸다. 갓길은 없지만 30km로 속도가 제한돼 있는데다 풍경이 좋아 차들이 천천히 달리는 덕택에 안전하게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복숭아·토마토를 파는 길가 옆 과일 노점, 푸릇푸릇한 색의 송이들이 귀여운 포도밭, 자전거여행자를 친근하게 대해준 개가 지키는 옹기가게에서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까지. 국립수목원을 향해 가는 국도변엔 정답고 오래된 풍경이 남아 있었다. 국립수목원(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앞 버스정류장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고 잠시 앉아 쉬어갔다.
수목원의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환영이라도 하듯 그늘을 내려주는 이 정류장까지 Y와 함께 버스를 타고 오곤 했다. 버스가 빨리 오지 않아도 좋은 국립수목원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는 '숲'이라고 말할 때 시원하고 서늘한 기분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난 너의 숯덩이 같이 까맣고 숱 많은 머리칼이 더 좋다'고 (속으로만) 말했다. 서울의 5배 크기로 돌아보는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함께 가는 꿈을 꿨지만 결국 이루진 못했다.
'광릉숲'이 품은 국립수목원, 광릉, 봉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