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표지
아시아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반려인의 반려인에 의한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이다. '반려동물은 가족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 두 명의 지은이와 한 명의 옮긴이 모두 반려인이다. 책은 시종일관 반려동물 상실(펫로스) 과정과 극복을 깊이 있게 다룬다. 그 와중에 반려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상실에서 오는 슬픔을 억누르는 대신 소중히 간직하라는 역설이 그 첫 번째다. 온전히 받아들여 치료하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점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상심은 성장을 동반하며 회복력, 융통성, 안목이 키워지는 건 물론, 감사하는 능력을 증가시킨다고. 무엇보다 삶의 복합성에 대한 이해가 늘면서 현명함으로 이끈다고 저자는 말한다.
펫로스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죽음'에 직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직면해 죽음이 삶의 정상적 일부라는 진실과 죽음이 실패나 재앙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을 충고한다. 나아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인간,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이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이 해야 하는 생각과 행동도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펫로스가 부모님을 잃은 것보다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반려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안락사를 과감히 지지하며, 반려동물을 잃은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도 전해준다. 장례식, 상담도 적극 필요하다고 말하며 그 과정도 알려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반려인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이들의 '무식한' 호의 내지 막말도 이해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이중 특별한 몇몇 과정들은 충격적이지만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반려동물과 부모님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도 모자라 반려동물을 더 위에 올려놓는 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저자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반려동물과의 놀랄 만한 정서적, 신체적 친교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친밀함을 발생시키는데 그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불가능한 수준이라면서.
펫로스의 모든 과정을 보여주며 괜찮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은 반드시 반려동물을 잃기 전에 읽고 취할 건 취하고 재고해야 할 건 재고하는 게 좋겠다. 마지막으로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한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글만 읽어도 머릿속에 어떤 상(狀)이 그려진다. 그 자체로 치유가 되는 듯하다.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순환에 감싸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계절의 옷을 갈아입는 부드러운 초록이 약해진 잎을 뚫고 하늘을 향해 돋아나고, 오래된 생물의 껍질은 해안을 따라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습니다. 소라게가 바다 우렁이가 남긴 회색 나선형 집 속으로 웅크리며 들어갑니다. 게를 보면서, 그의 집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의 쉼터가 됐을까 상상해 봅니다. 신선한 공기, 새의 노래, 부스럭거리는 잎들과 알록달록한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광경과 파도 소리, 연못에서 찰랑이거나 험난한 개울에서 쏟아지는 물소리, 이 모든 것이 자연이 위로해주는 포옹이지요."(본문 71~72쪽)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켄 돌란-델 베치오.낸시 색스턴-로페즈 지음, 이지애 옮김,
도서출판 아시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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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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