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른 놀이터에서 즐거운 아이들. 문덴호프에서 본 그네와 꼭 같아 깜짝 놀랐다. 그러나 주변을 보라. 아파트로 둘러싸인 놀이터에 쇳덩이와 푹 패인 우레탄 바닥이 눈에 띈다. 우리 놀이터의 현실이다.
최은경
플레이모빌 캐릭터들이 잔뜩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플레이모빌 펀파크는 어떻고. 이곳은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놀이 시설이 하나도 없다. '오로지 사람이 직접 체험하고 몸을 써서 움직여야 하는 테마파크'라니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기껏해야 1분도 채 되지 않는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를 타려고 1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우리나라 놀이동산과는 차원이 다르다. 왜냐고? 여기선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 놀 수 있으니까. 힘이 허락하는 만큼 적당히 놀다 나와야 하는 거다. 아무리 재밌는 놀이터라도 대기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이유다. 노는 데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더 부러운 건 이런 거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놀이터. 이런 발상이 가능한 그들의 철학. 저자는 프라이부르크 시의 남다른 놀이터 정책에 주목한다. '놀이터의 조성은 주민과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정책'에 대해.
이 도시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프라이부르크와 인근의 자연 산물로만 놀이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애걔? 이게 놀이터야?' 싶었던, 인공 구조물보다 나무, 돌, 숲, 넓은 땅이 있는 놀이터가 자주 등장한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거다.
프라이부르크 안내서에 '아이를 위해 뛰는 심장을 가진 도시'라는 구절이 있단다. 이것이 비단 구호만이 아니라는 것은 도시 곳곳에서 드러난다. 어린이 보호구역인 홈존에서의 차량 제한속도는 시속 7킬로미터다. 시 전역에서 자동차 제한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이다.
답답해서 어찌다니냐고? 천만에. 이곳에서 며칠만 지내면 '차 없이 다니는 게 훨씬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주차장을 멀리 짓고, 트램과 자전거가 차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도록 신호체계를 바꾸는 도시니까. 언제 차가 튀어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엄태영 수원시장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말한다. '부러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의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만으로는 어렵다. 마침 전남 순천에서 기적의 놀이터 2호 '작전을 시작하-지'를 열었다는 소식이다.
'놀이터를 이용하는 어린이와 시민들이 설계부터 공사,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했단다. '인공 언덕과 물길, 모래 등 자연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수원에서도 순천에서의 시도가 이뤄지길 바란다. 아니 대한민국 곳곳에서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아, 그 전에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다. 저자가 3주간의 '놀이터 여행'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었으니, 바로 체력이다. 나도 늘 하는 말, '모성은 체력'이라는 걸 저자 역시 강조한다.
'... 체력을 기르는 것. 독일에 있는 내내 느낀 점이다. 그 여유로운 삶의 바탕에는 바로 튼튼한 몸이 있었다. '육아 몰빵'으로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엄마라면 공감하리라. 몸에 활력이 있을 때는 아이의 짜증도 웃어넘길 수 있지 않던가. 건강한 육아는 튼튼한 엄마로부터 시작된다.'백 번 지당한 말이다.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역시 건강한 아이와 튼튼한 엄마로부터 시작된다.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로 떠난 놀이터 여행
이소영 지음, 이유진 사진,
오마이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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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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