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5월 6일 배포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 아시아판 표지모델을 장식했다.
문재인캠프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한국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The Negotiator(협상가)'라는 제목으로 아시아판 표지모델로 선정했다.
또 인터뷰와 함께 실린 심층분석 기사에서 문 후보의 대북 포용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평가했다. 유력 외신이 주목했던 후보는 결국 당선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9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반대 방향으로 대북관계를 끌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긍정적이다. 한반도에는 한동안 '4월 위기설'이 돌았다. 태양절(4월 15일), 창건기념일(4월 29일)에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고 여기에 미국은 '북한 핵시설 선제타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칼빈슨 항모전단 등 전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했다. 그러나 핵실험은 없었다. 세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었지만, 그 며칠 동안에 긴장을 높이는 수준에서 이슈가 소멸했다.
여기에는 미국·중국·북한 사이의 미묘한 기류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4월 6일, 7일) 이후 중국은 북한 압박 수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하면서 수차례 발언을 통해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미 협상을 담당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이 미국과 접촉을 위해 출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미 간의 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미·중·북 사이에 한국이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주변 강대국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거 정권처럼 모든 접촉을 끊고 제재만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중, 북미, 미중 관계 변화에 맞춰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가 '코리아패싱(Korea passing, 한반도 문제에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을 극복하는데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내에 미국에 특사 파견"문재인 정부는 무엇보다 북미 대화 재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틸러슨 국무부 장관, 매티스 국방부 장관, 코츠 국가정보국장이 합동으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주요 의제에 들지 못했던 북한 문제가 트럼프 정부의 핵심 의제가 됐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핵심은 '최대의 압박과 개입'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평가하고 "상황이 조성되면 그를 만날 수 있다, 나에게 영광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대선투표가 진행되던 지난 9일 일본의 <교도통신>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미국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제안을 중국에 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또 해당 언론은 트럼프 정부가 핵·미사일 포기의 구체적인 대가로 '북한 체제의 전환과 김정은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 않는다', '미군이 한반도 38선을 넘지 않는다' 등의 4가지 약속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10일 현재 미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았지만, 즉흥적이고 협상가 기질이 다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조건으로 해석된다.
'강력한 압력 시사', '대북 정책 기조 발표', '구체적 대화 조건 제시'로 이어지는 과정이 숨 가쁘다. 이것은 현재 '개입(대화)을 위한 최대의 압박'이라는 전략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강화한 다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오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은 반대로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압박(군사행동)을 위한 최대의 개입'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의 기존 발언은 이런 급작스러운 상황을 대비해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실용적 접근 방식을 지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답변에 기자가 '트럼프와 동의한다는 답을 내놓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대북) 압력과 제재, 그리고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지만 그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선은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가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두 정상은 지난 첫 전화통화에서도 최대한 이른 시일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다음 날인 10일 오후 10시 30분께 홍은동 자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초청했으며 문 대통령도 이른 시일 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문 대통령은 통화 중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는 단순히 좋은 동맹(Good Ally)이 아니라 위대한 동맹(Great Ally)"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