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비린내_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 황선도 지음 / 서해문집
참여사회
발을 담그지 않아도 이미 시원한 바다 이야기
바다는 여름이 제격이라지만, 뜨거운 모래와 차가운 바다에 발을 두지 않더라도 언제나 좋은 곳이 바다 아니겠는가. 물론 바다가 좋은 이유는 또 있다.
바다 내음 가득 품은 해산물은 생각만 해도 싱그러운 맛이 전해지니, 아무래도 바다는 봄이 제격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맞춤한 안내자까지 나섰으니, 이제 바다로 떠나지 않을 도리가 없겠다. 주인공은 바로 물고기 박사 황선도다.
전작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에서 듣도 보도 못한 우리 바다 물고기 이야기를 전해주었는데, 이번 책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에서는 맛은 알아도 정체는 몰랐던 바다 속 생물 이야기로 진수성찬을 차린다.
늘 생선에게 주인공 자리를 양보하고 비주류 해산물로 여겨지는 해삼, 멍게, 개불의 속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 먼지 속에서도 나름의 삶을 지키며 주변을 맑게 만드는 이들이 보여 애틋해진다.
그러다가도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제철 조개 이야기를 만나면 인생의 참맛이야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바지락, 백합, 재첩 삶은 뽀얀 국물 속에서 시원한 맛의 모순을 즐기는 데 여념이 없다.
<여행, 길 위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