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리 풍력발전기 화재 현장2015년 제주 구좌읍 김녕리 풍력발전기 화재 현장
제주의소리
풍력발전기 결함 및 관리 소홀로 인한 화재 발생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풍력발전기 중 사고로 운영이 중단된 경우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 12건이었다. 이중 노후화로 인한 운전정지가 5건, 화재로 인한 사고가 4건, 부품 고장 및 안전성 저하로 인한 운전정지가 2건, 타워파손으로 인한 전복사고가 1건이었다. 사고 원인 중 화재 발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가량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의 지리적 여건 때문에 소방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는 군 단위 지역은 소방서가 아닌 소방센터가 관할하고 있다. 청송군도 그런 지역 중 하나다. 현재 청송소방센터엔 높은 구조물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데 사용되는 고가사다리 소방차가 1대도 없다. 고가사다리 소방차를 끌어오기 위해선 인근 안동소방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안동소방서 측도 풍력발전기 화재 진화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안동소방서 관계자는 "고가사다리차 2대와 굴절사다리차 1대를 가지고 있지만, 차체가 워낙 커 산길을 올라가긴 힘들다"며 "산림청에 소방헬기 지원을 요청해 화재 확산을 막는 것이 현재로썬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책은 풍력발전단지 내에 화재감지 및 자체 소화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강제하는 법령은 어디에도 없다. 사업자 또한 자체 소화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체 소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청송풍력 측은 "화재 발생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며 "현재 들여오는 기기에 자체 소화시스템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풍력발전단지 건설엔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 비용'이 들어간다. 산사태와 화재 같은 재해는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기에 '논외 대상'이 되기 일쑤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안전은 모든 사람에게 최우선으로 담보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당장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해 고려되어야만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규정에 따르면 1MW당 풍력발전시설 관련 투자액은 25억 원으로 풍력발전기 1기 기준(2MW) 50억 원, 1개 단지 평균 10~15개 풍력발전기 설치 때 500~750억 원의 투자유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계산대로 한다면, 청송에 3.6MW급 발전기 24기가 설치될 경우 2160억 원의 '돈'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돈은 사람보다 앞서지 못하며, 앞서서도 안 된다. 설사 돈으로 비교한다고 쳐도 '벌어들일 수 있는' 2000억여 원보다 '벌어질 수 있는' 재해 복구비용이 값비싸다는 건 상식이다. 실제 2010년부터 마지막 통계자료가 수집된 2013년까지 들어간 산사태 복구비는 3313억 원이다. 주민들이 느낄 공포와 불안감이라는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식은 쉽게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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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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