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한 자루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중국 3대 시성 백거이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50] 낙양의 백거이 묘

등록 2017.04.05 09:07수정 2017.04.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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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거이 묘
백거이 묘이상옥

      초고를 노파에게 들려주고는
       알아듣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다

       붓으로 세상을 바꾸려던...
               -이상옥의 디카시 <백거이의 묘>

무릇 세상의 모든 시인은 이상주의자일 터. 붓 한 자루로 세상을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백거이가 특히 그랬다. 백거이는 소통을 중시했다. 시인마다 시를 쓰는 스타일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살펴보면 그 시인의 성향을 알 수가 있다.

중국의 3대 시성 하면 이백, 두보, 백거이를 들곤 한다. 이 세 시인은 시 쓰는 스타일이 자못 다르다. 이백은 천재 시인으로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일필휘지로 시를 쓰고 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종이 모란꽃을 양귀비와 같이 구경하며 그 흥취를 드러내기 위해 이백을 불러 시를 짓게 하려는데, 이백은 술집에서 취해 있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리게 하고는 현종 앞에까지 끌려오다시피 했건만 일필휘지로 <청평조사> 3수를 써 내려갔다는 일화는 이백의 시 쓰는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이백과는 달리 두보는 열 번을 고치고 또 고쳤다는 것.
 백거이 묘원에 조성된 백원.
백거이 묘원에 조성된 백원. 이상옥

 백원 내에 있는 연못
백원 내에 있는 연못이상옥

 1991년 8월 24일 세워진 백거이 1,220주년 기념비
1991년 8월 24일 세워진 백거이 1,220주년 기념비이상옥

백거이는 초고를 쓰고는 글을 모르는 노파에게 먼저 들려주고, 그 노파가 알아들을 때까지 몇 번이고 고쳤다. 이백은 하늘이 내려준 시를 받아썼으니, 논외로 하고, 두보는 자신의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고 고치는 완벽주의자라면 백거이는 독자 중심주의 시인이라 할 만하다.

백거이가 섬서 주지현 현위(縣尉)로 있을 때 벗들과 선유사(仙遊寺)를 유람하면서 현종과 양귀비의 일을 상기하는 가운데 벗들이 현종과 양귀비에 관한 시를 쓰라는 요청에 결국  <장한가(長恨歌)>를 썼다.

백거이는 조회도 보지 않고 짧은 봄밤을 한탄하며 중천에 해가 떠서야 일어나는 황제를 비난하며 교태를 부리는 후궁 삼천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양귀비를 풍자했다. 그의 붓 한 자루가 세상을 얼마나 바꿨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백거이는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낙양의 용문석굴을 둘러보고 백거이 묘를 찾았다. 대 시인의 묘답게 규모가 컸다. 백거이는 장안에서 조정의 내직으로 일했으나 권세 타툼의 틈바구니에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지방 관리를 자청하며 만년에는 벼슬을 버리고 낙양으로 은거했다 한다.

덧붙이는 글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백원 #백거이 #독자중심 #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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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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