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행복한 놀이터>의 한 장면자연과 가까운 단순한 공간이 아이들의 놀이터다.
오마이북
어린이 존중은 마음만이 아닌 정책과 시설로 하는 거였구나!(난 마음만 있는데) 시설이 특별하고 화려해서가 아니다(그건 우리나라지). 말 그대로 애들이 자신만의 놀이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자연과 가까운 단순한 공간들이 있었다.
애 키우는 부모라면 이 책에 나오는 놀이터들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너무 단순해서. 노는 게 이벤트가 아니라 밥 먹고 매일 하는 일상이고 도시가 그걸 위해 존재한다니 참 신기해서.
아이의 놀이에 대해 내가 가졌던 생각은, 그냥 둔다. 아이는 주어진 환경에서 뭐든 제일 재밌는 일을 한다. 주야장천 한다... 이게 다였다. 도시에선 애들이 버스에 실려 이리저리 학원을 순회하느라 놀 시간이 없다고 한다. 내가 사는 충남 태안의 시골에선 학교 파하고 집에 오면 같이 놀 친구가 마을에 하나도 없어서 놀래야 놀 수가 없다.
프라이부르크 질투에서 시작한 독서는 끝을 향하며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놀까?' 우리 가족을 향한 질문으로 수렴됐다(그러자 배가 좀 덜 아파졌다). 아이들 놀이에 주책맞게, 눈치 없이 끼어들겠단 얘기 아니다. 집에만 돌아오면 놀이에 굶주린 딸이 어쩌다 한 번씩이라도 배부르게 진탕 놀 수 있게 가족 차원의 지원도 때로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놀이가 아이의 삶(미래를 위해 현재를 준비하는 그런 삶 말고, 그냥 지금 이 순간!)에서 정말정말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엄마아빠도 놀이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 교집합을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 애들은 '체험을 위한 놀이' 말고. 부모는 '애들을 위한 놀이' 말고. 진짜 같이 재밌게 보내는 시간을.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하도 손을 잡아 끌기에 앞산 언덕에 다녀왔다.
"비밀기지야!"주말에 놀러왔던 사촌언니랑, 할아버지의 표고버섯 재배 막사 구석에 짚을 깔고 차광막 조각을 쳐서 만든 작은 공간이 있었다.
"멋지구나!"그 이상 내가 무얼 해줄 수 있을까? 엄마의 약소한 반응에도 딸의 눈동자는 자랑스러움으로 반짝반짝 거린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같이 산으로 들로 뛰어다닐 어린이를 구해다 주는 것뿐이다. 놀고 싶은 어린이에게는 어린이가 필요하다. 이 점을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겠다.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는 가족 모두가 괜찮게 '노는 삶'을 향한 고민을 시작하게 해주는 책이다.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로 떠난 놀이터 여행
이소영 지음, 이유진 사진,
오마이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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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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