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반대 집회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자유한국당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4차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대회'에 참석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 각하를 요구하며 태극기를 흔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홍 지사는 이렇게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에 대해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고, 그래서 탄핵당해도 싸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뜬금없는 '좌파' 때리기로 논리를 귀결시켰다. "친노 패권주의"와 "좌파 광풍"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환영하는 듯하면서 연일 '친노'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예의 그 기승전 '문재인 때리기'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이렇게 자유한국당 유력 대선주자인 홍 지사와 김 의원이 "향단이"와 "궁궐" 운운하며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면, 같은 당 조원진 의원은 좀 더 구체적인 '액션'에 나선 케이스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조원진 의원은 국회의원 77명으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 의원은 청원서에 서명한 의원의 숫자가 "현재 의원 중 연락 안 된 사람까지 포함하면 88명 정도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한데, 조 의원은 서명한 의원들의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대표적인 '친박' 의원들이 참여한 것으로만 알려졌다. 조 의원은 이 청원서를 29일 중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청원은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할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 박근혜' 살리기의 일환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의아하다.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왜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는 건가. 일각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친박' 의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 주고 있으니 환영해 마지않는다는 일종의 '반어법'인 셈이다. 물론 이 77인의 명단이야말로 다음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해야 할 '박근혜와 공범들'이란 비판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더불어 조 의원은 청원 이유 중 하나로 "역대 대통령 중 최장시간인 무려 21시간 넘게 검찰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한 전직 여성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국가의 품격과 대내외적 파장,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생각할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리할 때만 등장하는 "여성 대통령"이란 표현이 재차 등장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은 "춘향이", "향단이" 운운하고, 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여성 대통령에게 가혹하다"면서 법원에 제출할 청원서에 서명을 한다. '여성 혐오'나 '성차별적 시선'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꽤나 분열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됐건, 구속의 위기에 처한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자의 셈법 계산에 충실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좀 더 흥미로운 쪽은 물론 후자 쪽이다. '친박'을 겨냥한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마도 '박근혜 살리기' 청원서에 서명한 의원들이 뜨끔할 만한 일침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전직 대통령 박근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