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는 망원동.
김종성
이색적이고 개성적인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고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동네가 한층 활기를 찾게 되는 건 좋으나, 외부 자본 혹은 투자자들이 들어와 건물주가 바뀌고 월세가 껑충 뛰면서 원래 살던 주민들과 상인들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동네를 떠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임대료가 오르니 미용실·식당·슈퍼 등을 이용하는 생활 물가도 같이 오르게 된다. 자연스레 기존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자전거 가게 주인장이 3월 말에 문을 닫는 곳이라며 알려준 '털보 사진관'에 찾아갔다. 털보 사진관이란 이름은 젊은 시절 턱수염을 무성하게 기른 사진사 아저씨(김선수씨)에게 주민들이 지어준 것이고, 정식명은 '행운의 스튜디오'. 사진관 이름하며 젊은 시절 털보 아저씨 사진 등 재밌다며 농담을 건네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특이하게 신학대학 출신이라는 아저씨는 존경하는 어느 목사의 삶을 영화로 제작하고 싶어 사진을 배운 것이 평생 직업이 됐단다.
영화는 못 찍었지만 1977년에 사진관을 개업, 무려 40년간 망원동 주민들의 돌사진, 주민등록증 사진, 가족사진을 찍어왔던 토박이 사진관. 놀랐던 건 단돈 1만원에 증명사진 9장과 여권사진 8장을 찍어 주었고, 돌사진도 액자포함 1만원에 제작했단다.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그런 가격을 책정하고 유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