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은 에코백, 엽서, 배지 등을 리워드로 제공한다.
Impeach
-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로 들어와 보자면, 페미니즘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모르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것 같아요. 그때는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전이라 제가 무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예민한 애' 취급을 받기에 십상이었어요. 왜 나는 반장선거에서 표를 제일 많이 받고도 반장이 아닌 부반장이 되어야만 하는지, 엄마는 왜 자꾸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 칼이 아닌 인형을 사주는지, 궁금한 게 많았거든요.
특히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이면 남자들은 하나같이 거실에서 무료한 표정으로 소파에 늘어져 티비를 보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등 끊임없이 일하는 게 이상했어요. 사실 화가 났어요. 왜 성별로 일을 하고 안 하고가 나눠지죠? 사실 따져보면 제사는 아빠의 조상을 기리는 거지 엄마 조상을 기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남자 친척들에게 가서 왜 남자들은 일을 안 하냐고 따졌더니 '애가 벌써부터 이기적이다', '쟤는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냐'라는 말을 들었죠. 그리고 저는 커서 아주 잘살고 있고요!"
- 확실히 이전에는 페미니즘이라는 언어조차 대중화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대선 후보들도 앞다투어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죠. 이제는 페미니즘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말이 나온 김에 대선 후보분들에 대해 잠시 얘기하자면, 이제라도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다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페미니즘을 위한다는 공약이 대부분 출산과 육아에 치중된 건 굉장히 유감입니다. 여성의 인권이라는 것이 '엄마'로 존재할 때만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후보자분들이 좀 더 공부를 하셔서 '엄마의 편리'가 아닌 '여성의 인권'에 대한 공약을 펼쳐주셨으면 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질문에 답하자면, 페미니즘이 이렇게 트렌드가 된 건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깨닫고 나서 생긴 '분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남성 중심적 사회가 마음대로 여성들을 억압하는 룰을 정한 것에 대한 분노, 그 보이지 않는 룰을 우리가 모른 채 따르고 있었다는 분노.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공부를 하고 문제제기를 한다면 충분히 이 룰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떠들고, 공감하고, 저항하고 - 이런 현상들에 <웃지 않는 여자를 응원한다>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사회가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웃지 않는> 프로젝트처럼, 여성의 웃음과 같이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까지도 페미니즘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변화할 힘을 만들려면, 사람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앞으로도 열심히 아주 작은 것까지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니 그 문제에 대해 함께 떠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학교에서, 직장에서 많은 여성들이 '여자'답게 웃을 것을 강요받습니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우리가 고생이 많습니다. 많이들 힘드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직장인들은 생업인 경우가 많기에 여성이라 강요받는 것들에 대해 저항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한에서 주위 분들에게 많이 이야기하고, 불합리한 상황에서는 저항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웃지 않는 여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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