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경선 캠프 영입 인사 예종석 한양대학교 교수
이희훈
- 미디어에 투영된 문재인과 실제로 본 사람 사이의 차이가 있던가?"내가 학생들도 많이 가르쳐봤고, 기업의 경영 자문도 많이 해본 편이라 재계 인사들과도 교류가 많은 편이다. 스키협회 이사를 지내서 체육계 인사들도 비교적 많이 알고, 음식문화 평론을 하면서 이연복·박찬일 같은 유명 셰프도 안다. 그런 입장에서 본 바로는,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문재인은 순박하다는 인상을 줬다.
그 연배의 정치인들은 세파에 시달리고 권력에 찌든 모습이 많은데, 이분 얼굴은 해맑더라. 남의 말 잘 듣는 타입인가 싶었는데 쭉 얘기하다보니 자기 주장이 강한 부분도 보이더라. 2006년 이해찬 국무총리가 삼일절 골프 때문에 말썽 났을 때 경질 건의한 것도 문재인 민정수석이었다고 한다. 이분이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생각 했는데 약해보이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꼈다. 그런 면에서 카리스마가 없다는 세인들의 평은 잘못됐더라."
- 문재인 캠프 본부장회의에 참여해보니 어떻던가?"대여섯 번 나가봤는데 생각보다는 문재인 주변에 괜찮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회의가 아주 생산적이지는 않더라. 기업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정치권 회의에는 그런 습관이 없다. 정보를 공유하기 급급하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난상토론할 여유는 없는 것 같았다. 중요한 결론이 나고 행동에 옮겨지는 기업 회의를 많이 본 입장에서는 아쉬웠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기 전이라 캠프가 아직 활발하게 움직이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본다."
- 문재인이라는 상품을 유권자에게 팔려면 무엇을 강조하려는가?"마케팅에는 제품 특유의 유니크니스(독특함, uniquneness)가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제일 아쉬운 면은 문재인의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거다. 갖고 있는 것만 제대로 알려도 마케팅은 저절로 될 텐데... 조기 선거가 현실화되면 그걸 잘 알리는 작업만으로도 기간이 짧다고 본다.
거제 포로수용소 생활을 한 실향민 가족, 학생운동으로 구속되고 특전사 끌려간 일, 박원순 조영래 같은 쟁쟁한 인재들 제치고 사법연수원 차석 한 일, 그러고도 시위 전력 때문에 판·검사 임용 못한 일,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활동, 노무현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친 일, 노무현 서거와 정치 입문, 국회의원 당선과 대선 낙선. 내가 읊은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들이 이룰 수 있는 경력이 아니다.
이런 사람이 종북좌파로 몰린다는 게 더 기가 막히다. 1950년대에 영화 '로마의 휴일' 같은 명작 시나리오를 쓴 달튼 트럼보 같은 작가도 좌파로 몰아 축출했던 게 매카시즘인데, 공수부대 만기제대해서 변호사가 된 사람을 몰아세우는 일이 이 땅에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예 교수를 영입한 손혜원 의원은 그에게서 선거전은 물론, 당내에서 '소총'을 쏴주는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예 교수의 생각을 물어봤다.
- 선거 때마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뜨거운 감자'다."나와 손혜원, 문재인 셋의 오찬 자리에서 손 의원이 '최고의 공격수가 왔다. 싸움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은 그 말 듣자마자 '공격은 안 하셔도 된다'고 하더라. 그런 게 싫다는 거다. 내 성격이 급한 편이라 누가 빨갱이라 하면 '빨갱이 아니라고 바로 쏘아붙여야 하는데 왜 저렇게 뒷짐 지고 있지' 생각할 때가 많았다. 방송인 김제동처럼 '나는 종북 아니라 경북'이라고 시원하게 받아쳐야 하는데, 문재인이나 박원순은 그런 말 들으면 허허 웃고 넘어가더라."
- '공격하지 말라'는 문재인의 홍보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인가?"내 성격상 남을 헐뜯는 악의적 공격이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안 맞다. 그러나 후보의 실체를 자꾸 왜곡하는, 악의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공격에는 당당히 맞대응하겠다. 그런 걸 다 당하고 어떻게 선거를 치르나? 그게 공격이라면 그런 공격은 당연히 할 것이다. 방어 차원에서라도 할 것이다."
"언더독 효과 기대하겠지만, 앞서가는 사람의 밴드왜건 효과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