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이나 고데기, 서클렌즈 등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불량품이나 문제아로 취급하고 징계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학교들의 낡은 사고방식은 진작부터 변해야 했다...-58쪽.
임정훈
- 규칙과 학생 사이 '선생님'이란 존재가 참 힘들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 가장 힘든 것은?"'규칙' 때문에 힘들다. 학교는 너무 촘촘한 규칙으로 학생들을 옭아맨다. 2000년부터 감옥에서도 수인들의 머리를 깎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학생들의 머리부터 옷차림, 신발, 가방 등은 물론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인 것들을 '학생답게'라는 우리에 가둬 아주 촘촘히 규제하고 단속한다. 그걸 '교육'이라 말하고 '생활지도'라고 부른다.
학생들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근대 학교제도가 생긴 이래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최근 주목받는 혁신학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외는 아니다. 그 속에서 무기력하게 순응하며 살아가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일이 교사로서 참 힘들다.
광화문에 나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는 촛불을 드는 교사조차도 교실에서는 독재자처럼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어라"며 명령하고, 군림하며 규칙을 강요한다. 그런 우화 같은 모습의 실재가 학교여서 우울하다."
- 수업 시간에 쪽~쪽! 커플, 쭈그려 앉아 고데하는 여학생이나 화장 못했다고 온종일 마스크 쓰고 공부한 학생, 눈 싸움 하고 학교에 오겠다는 아이…. 정말 각양각색의 아이들, 이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사회 또는 어른들에게 '학생들을 위한 변명'을 한다면?"규칙만 앞세우면 이해되지 못할 아이들이 많지만, 규칙을 조금 접고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그들만의 무엇이 보여 덕분에 행복해지기도 한다.(웃음) <어린왕자>에 이런 말이 있다. '어른들도 모두 한때 어린이였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거의 없겠지만'. 또 <시민 불복종>으로 잘 알고 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우리는 여전히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이어야 하는데도 이미 보통 사람이 되어 있다'고 짚었다. 어른들이 가슴에 새겨야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학생들에게 '학생다움'을 강조하는 풍토가 있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답다는 것의 의미는 저마다 제각각인데 유독 학생에게만 그 '~다움'을 아주 질기게 강요한다. 스스로 성인이라고 말하는 어른들에게 '어른다움'을 강조하고 그에 어울리는 품격을 갖추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 것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학생들을 학생이라는 제한된 틀에 가두고 그 안에서 정체불명의 '~다움'을 요구하는 어른들의 어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들이 변해야 한다. 문제는 어른들이다."
- 요즘 청소년들에게 가장 위험한, 그러니까 '독'은?"어른들의 눈, 꼰대의 눈으로 보면 요즘 청소년들이 호기심을 갖는 모든 것들이 위험하고 불온해 보일 수 있겠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일 수 있는 학생들의 행동이나 문화를 책에 소개했다. 학교는 그런 것들을 사전에 엄히 금지하거나, 사후에 징계, 그것도 부족하면 학교에서 내쫓는 방식으로 문제의 해결을 꾀한다.
원인을 살펴 그에 어울리는 돌봄이나 배려로 접근하지 않고 응보적 관점으로 해결하려 든다. 그런 세상과 어른들의 폭력이 학교 안과 밖에 있는 모든 청소년들에게는 가장 큰 '독'이다. 충분히 실수하고 실패할 기회를 주는 게 어른들의 몫일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런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제 나이에 어울리는 성장과정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걸 두고 세상과 어른들은 '너는 왜 그것밖에 못하느냐'고 '왜 어른답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 하느냐'고 꾸중하고 벌한다. 어른 되기를 강요한다. 그래놓고 정작 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면 그게 또 문제가 된다. '대가리 피도 안 마른 것들의 발랑 까진 일탈행위'로 간주하는 것이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청소년들에게 이보다 치명적인 독이 또 있을까."
"꼰대 탈출은 생각의 성장판을 자극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