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탈출백서 표지‘꼰대탈출백서’는 세상과 학교, 부모와 교사의 무관심을 말하고 열다섯 살들의 ‘무죄’를 증명합니다.
우리교육
<꼰대탈출백서>는 바로 그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세상과 학교, 부모와 교사의 무관심을 말하고 열다섯 살들의 '무죄'를 증명합니다. 세상의 삐딱한 시선과 달리 지극히 정상적으로 한 시절을 지나가고 있는 이들의 '선고 유예'나 '혐의 없음'이 아니라 완벽한 무죄 입증을 위해 <꼰대탈출백서>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억울함을 좀 풀어보자는 것입니다. 세상이 무어라고 낙인을 찍고 함부로 해도 그러거나 말거나 이들은 성장합니다. 그 성장의 즐겁고 아프고 행복하고 시린 기록이라고 봐도 좋겠습니다.
떨리는 가슴으로 첫사랑을 고백한 지 3초 만에 깔끔하게 거절당한 준기 이야기부터 등굣길 버스에서 딱 한 번 만나고는 사라진 '하늘색 오빠'를 그리워하는 지은이, '야동'과 'ㅅㅅ(섹스의 첫 자음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민준, 현철, 규태가 등장하고요. '모닝똥', '급똥', '설사똥' 등 그놈의 똥 때문에 지각을 하고 불안에 떠는 민혁이와 친구들, 부모에 대한 분노로 내면에 감당할 수 없는 분노를 담고 사는 아이들, 자해와 가출로 이어지는 상처, 강제 전학과 보호관찰 등으로 자기 삶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돼 버린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깜찍하고 예쁘며 엉뚱하고 경악할 만한, 지금 중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있는 그대로의 일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나간 학창 시절의 한 때가 생각날 테고, 책 속 주인공을 닮은 잊고 있던 옛 친구의 이름도 불쑥 떠오를지 모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정신병자', '괴물', '반인반수', '중2병'이라고 함부로 불렀던 열다섯 살 중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살짝 솟아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세상과 어른들의 낙인이 얼마나 미성숙한 꼰대질이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으면 합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맞아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해서, 그들에게 당장 어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명령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면 그가 바로 불통과 아집, 독선의 이름인 '꼰대'일 것입니다.
죄 없는 닭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손바닥만 한 닭장에 가두어 놓고 하루 종일 빛을 밝히고 사료를 공급하며 알 낳기만 강요하는 잔혹함이 지금 우리의 학교-교육 현실이라는 숨은 맥락과 의미들도 찾아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꼰대탈출백서>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열다섯 살 중학생들에게 낙인과 격리의 꼬리표가 아닌 경청과 소통, 기다림과 배려의 시간을 준비하는 세상과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이어야 하는데도 이미 보통 사람이 되어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어 숨 막히는 닭장이 아닌 드넓은 마당에서 열다섯 살들과 함께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꼰대탈출백서>의 내용 일부는 원래 <오마이뉴스>에
'열다섯 살은 중이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것입니다. '열다섯 살=중2'이기도 하지만 '열다섯 살=성장하는 중(~ing)'이라는 뜻으로 붙인 제목이었습니다. 연재하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꼰대탈출백서>를 썼다고 해서 제가 꼰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꼰대일 수밖에 없을 때가 있으니까요. 다만 제가 가진 꼰대스러움을 지금보다는 조금 더 털어버리려고 계속 노력을 할 겁니다.
돌아오는 새봄, 새 학기에도 저는 열다섯 살 중2들과 함께 어우러져야 할 것 같습니다. 수업은 물론 체험학습도 하고 사제동행 활동도 함께 할 겁니다. 새로운 만남과 셀 수 없이 벌어질 온갖 일들에 벌써 두근두근 설렙니다.
<꼰대탈출백서>의 실제 주인공들과는 조만간 오붓하게 모여야 할까 봅니다. 그 자리에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오셔도 좋습니다. 기꺼이 꼰대 탈출의 한 자리를 내어드리겠습니다.
꼰대 탈출 백서 - 중2를 괴물 취급하는 어른을 위한
임정훈 지음,
우리교육,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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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오글' 중2병? 이들은 완벽한 '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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