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응한 '주먹도끼'의 부원들. 오를쪽부터 김로권 씨, 이현경 씨, 서가영 씨. 손의 포즈는 주먹도끼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박장식
- 만나서 반갑다. 다들 자기소개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회장께서는 동아리 소개도 덧붙여주셨으면 좋겠다.김로권: 이화여자고등학교 역사동아리 '주먹도끼'의 18기 회장 김로권이다. 이화여고 내의 유일한 역사동아리로, 인류 최초의 도구인 '주먹도끼'에서 동아리 이름을 따 왔는데, 주먹도끼처럼 잘못된 역사를 잘라내고 베어낸 다음 올바른 역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그래서 위안부 관련, 세월호 관련 활동이나 역사 탐구활동도 하고 있다.
서가영: 주먹도끼 18기 부회장 서가영이다. 동아리가 답사부, 홍보부, 학술부, 교류부가 있는데 그 중 답사부 부원이다. 동아리 시간에 주변으로 답사를 나간다든지, 여름방학 때 부원들과 함께 1박 2일간 나가는 여름답사를 나가는데, 그 경로를 부원들과 함께 계획한다.
이현경: 주먹도끼의 18기 홍보부장 이현경이다. 동아리 내에서 홍보부 부원이다. 우리의 활동을 교내에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사실 어디나 있는 평범한 역사 동아리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고등학교 소녀상 건립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로권: 처음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 소녀상을 만들었을 때가 2015년 겨울인데, 그때는 우리가 학교에 없었고 16기, 17기 선배 언니들이 계셨을 때이다. 그 언니들의 말에 따르면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위안부 할머니께도 진정한 '광복'을 이루고 드리고 싶었다고 하신다. 그래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징용되었을 때와 비슷한 연배인 우리가 소녀상을 세우기로 했었고, 다양한 학교가 참여해서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다.
작은 소녀상은 2016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 재작년 있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맞서 '굴복하지 않고 계속 소녀상을 세워나가자'라는 메시지를 담아 각 고등학교에 소녀상을 만들자고 제안하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서가영: 수요일마다 수요집회가 있는데, 그곳에는 거리상 참여가 어려운 대신 학교 인근에서 점심시간마다 격주에 한 번씩 나서서 우리만의 캠페인을 한다. 밥을 못 먹을 때도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1억인 서명운동을 한다든가, 뱃지를 판매하고 기금을 기부받기도 한다. 이것도 고등학교 소녀상 건립 운동과 함께 시작했다.
- 그렇다면 소녀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을까.
김로권: 학기 초에 편지를 제작한다. 우리와 뜻을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인데, 수도권에 있는 학교들에 편지를 보낸다. 작년에는 900여 개의 수도권 학교에 편지를 보냈다. 그러면 학교나 학생회에서 다시 연락이 오는데, 우리는 중간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학교에서는 소녀상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금을 모은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기금을 모았다.
기금을 모으면 소녀상을 만드는 조각가님께 전달한다, 조각가님이 만들어서 그 학교에 소녀상을 전달하면 소녀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기금이 많이 모여서 워싱턴 D.C에 세워지는 소녀상에 200만 원의 건립기금을 기부해드렸다.
서가영: 소녀상을 세웠던 학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고등학교는 팔렬중고등학교이다. 그곳 역사동아리인 '두메꽃'도 있는 데다가 같은 재단 산하에 있어 교류하기에 좋았다. 그리고 학교가 강원도 군 지역에 있는데, 그에 반해 학생의 참여가 있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현경: 팔렬중고등학교는 직접 다녀왔었기 때문에 애착이 더 깊은 것 같다. 그 학교에서 진행했던 캠프가 힘들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녀왔기 때문에 더욱더 마음에 남는 것 같다.
- 그렇다면 '고등학교 소녀상'의 목표는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 서가영: 전국 100개의 고등학교에 작은 소녀상을 세우는 것이 목표이다. 100개가 넘는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 것이다. 그 전에 우리 학교와 같이 세운 고등학교의 수가 54개인 만큼 조금 더 노력해서 100개의 학교가 같이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를 담았다.
이현경: 더욱 포괄적으로는 학생들의 뜻은 '위안부 합의 찬성이 아니다'는 것을 다른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사람들, 그리고 우리 또래 학생들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김로권: 또 교내 수요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한일합의가 1년째 되는 날 학교에 반대 플래카드를 걸었는데, 친구들이 동참하겠다는 메세지를 플래카드가 까맣게 되도록 적어줬다. 선생님들도 이 플래카드의 메시지를 지지하시고, 참여하셨기 때문에 교내 수요시위도 문제없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수요시위도 이번 수요일에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