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강가수리 앞을 흐르는 동강의 모습. 4초의 노출을 주어 물의 흐름을 표현했다.(Portra400)
안사을
정겨운 주인 아주머니의 새해 첫날 떡국을 국수 면발 빨아들이듯이 후루룩 해치우고 읍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보이는 아이콘은 구름이 전혀 가리지 않은 동그란 해의 모습이었지만 시야가 매우 좋지 않았다.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버스 시간 때문에 수정한 계획대로 병방치 스카이워크에 올랐지만 역광과 미세먼지 때문에 사진 촬영을 포기했다. 다시 여정을 재수정하여 애초 계획대로 동강을 걷기로 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게 되는 여정이었던 것. 이렇게 상황에 맞게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자유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필자가 계속해서 동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내가 이동했던 곳들의 대부분은 한강의 상류로써 '조양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동강이라는 이름은 예로부터 주민들이 영월의 동쪽에서 흐른다는 의미로 불러왔다고 하는데 현재는 공식적으로, 정선의 아우라지에서 가수리까지를 '조양강'으로 칭하고 가수리 동쪽에서 흐르는 하천과 조양강이 합쳐져 영월까지 흐르는 부분을 '동강'이라고 칭하고 있다.
하지만 조양강에 해당하는 곳도 '동강할미꽃마을'이라고 하는 등 아우라지에서 영월에 이르는 구불구불하고 맑디 맑은 이 감입곡류하천을 통상 동강이라고 일컫는 것에 큰 무리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금강 상류 부분에도 동네 사람들이 붉은 벽이 있다고 하여 '적벽강'이라고 부르는 구간이 있다. 강이라는 것은 사람들 삶과 생을 함께 하는 것인데 공식 명칭도 중요하지만 함께 사는 사람들이 불러주는 이름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버스를 타고 가수리로정선터미널에서 가수리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45분 가량을 아슬아슬하게 달리면 버스 종점이 나온다. 종점까지 가는 동안 차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절경에 눈을 뗄 수도 없었거니와 도보로 모든 곳을 걷기에는 시간으로도 체력으로도 한계가 있었기에 적당한 포인트를 찾아서 내리기 위해서였다. 버스는 종점에서 멈추지 않고 바로 U턴을 하여 다시 정선터미널로 향한다.
기사 아저씨께 다시 가수리까지 갈 것을 말씀드린다. 종점에서 두 정거장이다. 말이 두 정거장이자 걸어서는 두 시간도 더 걸릴 것 같은 거리다.
"얼마 더 내야 돼요?"
추가되는 버스요금을 묻는 나에게 아저씨는 3초 정도 허공을 바라보는 듯 하시다가 무뚝뚝한 듯 하면서도 정이 조금 묻어나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그냥 갑시다.""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