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놀자구아직은 놀 나이
이희동
문제는 그와 같은 교육관을 가지지 않았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부모들이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개중에는 오히려 사교육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부부가 맞벌이 하면 그 긴 시간 아이들을 돌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고 있지 않냐고? 안됐지만 그중 아이를 오랫동안 돌보는 곳은 흔치 않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19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데, 현재 국공립은 태부족한 상태이며, 다른 일반 사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꽤 큰 비용이 들어간다. 아니, 돈을 내겠다고 해도 선생님 눈치 때문에 오랫동안 아이를 둘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럼 양가 부모님에게 부탁을?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사는 지역이나 시간, 비용 등도 맞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님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 아버지 어머니 주변에도 손자들을 보다가 관절 관련 건강을 해친 분들이 많다지 않은가.
그러니 어쩌겠는가. 많은 부부가 부득불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수밖에. 사교육에 대해 부정적이라도 어쩔 수 없다. 부부 둘이 벌어야 그나마 가계를 유지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면 학원은 필수다.
이런 세태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영유아들 학원의 진화다. 예컨대 태권도 학원을 보자(아마도 보고서에 등장하는 19%의 체육은 대부분 태권도 학원일 것이다). 태권도장에서는 더는 무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 돌봄을 이야기한다.
태권도 사범들은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등 하원 시키고 심지어는 졸업식이나 학예회 때도 참여한다. 부모들이 요구하면 태권도장에서 선생님을 따로 두어 국영수 과목을 가르치기도 한다. 말이 태권도장이지 제2의 유치원, 어린이집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지급한 것은 사교육이 아니라 아이 돌봄에 대한 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