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2016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부터), 길원옥 위안부 피해 할머니,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힘차게 종을 울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사 방향에서 타종식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치켜들고 구호를 외쳤고 이 소리는 타종 행사장까지 들렸다. 타종 행사 직후 많은 시민들이 귀가길에 올랐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년사 직후 '아침이슬' 노래를 부르자, 많은 시민들이 길에 서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타종 행사장 무대에선 식후공연이 진행됐지만, 귀가하지 않은 촛불시민들은 자체적인 축제를 즐겼다. 종로사거리 한복판에서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새해 벽두부터 집회를 시작했다. 종로 거리에는 새해를 축하하는 폭죽이 계속 쏘아 올려졌다. 풍물패는 시민들과 함께 꽹과리를 울리며 거리를 돌며 시민들의 흥을 돋웠다.
2016년이 지고, 2017년 새해가 밝았지만, '박근혜 탄핵'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사이에서는 '박근혜 하야'와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합친 '하야 뉴 이어'가 울려 퍼졌다.
한편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는 2016년 10월 29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열렸고 2016년 마지막 날인 31일 열 번째를 기록했다. 1차 집회 때 광화문광장에서 3만 개로 시작된 촛불은 2차 때 20만 개로 늘어나더니 3차 때 처음으로 100만 개를 기록했다. 촛불은 이후 전국으로 횃불처럼 번지더니, 결국 6차 촛불집회에서 헌정 사상 최대 인원이 참가해 232만 개의 촛불을 밝혔다.
이 집회 직후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압도적인 결과로 가결했다. 그 순간 국회의사당 밖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일제히 "촛불시민의 승리다",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청와대에 유폐된 박근혜'와 '수의를 입고 감옥에 있는 최순실', 정권에 부역한 재벌들이 합작으로 훼손시킨 국격을 다시 회복시킨 것은 다름 아닌 촛불시민이었다.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그렇게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게다가 매 주말 수백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의 하야·퇴진·구속 등을 외쳤지만, 단 한 건의 폭력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촛불시민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세계도 이런 시민의식에 찬사를 보냈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부터 유모차를 앞세운 젊은 부부, 팔짱을 낀 연인, 교복을 입은 학생,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촛불을 들었다. 기발한 풍자와 패러디를 담은 피켓과 깃발이 등장했고, 각종 공연이 어우러져 마치 축제를 연상케 했다. '하야가'를 부르며 헌정 사상 최초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했고, 경찰과의 몸싸움은 사라졌다. 대신 청와대 방향 길목을 막아선 차벽은 꽃담으로 바뀌었고, 집회가 끝난 거리에는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이 남았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민들의 '명예혁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남아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출한 우리 사회의 변화 열망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국정 농단에 의해 파괴된 헌정 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2017년은 촛불시민에게 더 큰 과제를 던져 준 셈이다.
[5신 보강: 1월 1일 오전 0시 23분]1000만 촛불은 헌정 사상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