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강바닥은 시커먼 펄?지난 9월 8일 이포보 하류 500지점 남한강에서 <오마이뉴스> 4대강 특별취재팀의 김종술 시민기자가 강바닥에서 시커먼 펄을 퍼내고 있는 모습
정대희
가령 이런 식이다. 지난여름
'4대강 청문회를 열자'는 간판을 내걸고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공동취재를 할 때의 일이다. 이미 그는 금강에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를 발견해 특종을 한 상태였다. 문제는 낙동강이었다. 영남인 1000만 명의 식수원이기에 최악 수질 지표종(4등급)인 실지렁이가 산다는 게 확인되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2박3일간의 금강 공동취재를 마치고 낙동강으로 넘어간 날, 그는 사고를 쳤다. 대구 사문진교 아래에서 실지렁이 특종을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안내했는데, 나는 이곳에서 그가 특종을 캐내는 비법이 뭔지 알게됐다.
그는 장화도 신지 않고 옷을 입은 채 삽 한 자루를 들고 물속으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물이 턱밑까지 차는 곳에서 삽질을 한 뒤 강변에 한 삽 떠놓고 젖은 몸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서기도 힘든 썩은 펄에선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펄에 코를 박고 빗질을 하듯이 맨손으로 조심스럽게 표면을 한켜 한켜 쓸어내렸다. 세상에, 어떤 기자가 이렇게 취재를 할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 여기도 있네!" 몸 취재의 달인, 이유가 있다그는 정수근 기자와 공동으로
'[단독] 낙동강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 첫 발견' 특종 기사를 쏘아올렸다. 환경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했고, 수많은 언론이 후속보도했다. 그는 이어 23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상수원인 남한강 상류에서도 실지렁을 발견해 4대강 사업에 경종을 울렸다. 당시 그가 쓴 '
한강 상수원에서 최악 지표 생물 실지렁이 발견' 특종 기사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몸 취재'의 달인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런 특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직업 기자들이 그의 특종 기사를 보고 한강과 낙동강으로 득달같이 달려갔지만, 김종술과 정수근 사무처장의 도움 없이 후속보도를 한 곳은 거의 없다. 시궁창에서 삽질한 뒤 펄을 맨손으로 뒤져야만 확인할 수 있는 그만의 특종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열정과 의지로 4대강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전했다.
'녹조 기둥'과 '녹조 염색'작년 여름에도 그와 함께 낙동강을 취재했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집요하게 보도하는 그에게
'투명카약을 선물하자'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1500여만 원의 성금이 걷혀 투명카약 2대를 산 뒤 그와 정수근 사무처장은 낙동강 도동서원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MB, 녹조라떼 받아랏!'이라는 제목으로 SNS상에 확산된 아래 사진은 그곳에서 찍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