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팀이 8일 오후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개비리길에서 길을 잃어 자전거를 짊어지고 이동하고 있다.
유성호
2013년 여름, 나는 그를 처음 만났다. 금강이 아니라 낙동강에서다. 당시 <오마이뉴스>와 <환경운동연합>은 특별탐사보도팀을 꾸려 낙동강을 자전거로 질주하면서 취재를 했다. 태풍이 몰려오던 날, 이른바 '떼잔차질 취재'였다. 4대강 사업의 민낯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김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나는 <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참여했다.
난생처음으로 경험한 개고생 취재였지만 캠핑도 즐겼다(?). 이명박씨는 '4대강에 놀러오라'며 강변에 캠핑장을 만들었는데, 어렵게 찾아가 보니 황망했다. 대부분 어두컴컴해질 무렵에 파김치가 된 몸으로 도착했는데 귀신이라도 나올 듯했다. 제대로 씻을 곳도 없어 화장실 한 귀퉁이에 쪼그려 몸을 씻었다.
자전거 페달을 돌리며 온몸으로 취재한 내용은 텐트 속에서 기사로 만들어졌다. 밤을 꼬박 지새우며, 기사를 작성해 <오마이뉴스>에 송고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취재가 길어질 수록 모두 지쳐갔다. 그때마다 내 '4대강 단짝'은 특유의 넉살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힘내세요. 이 정도로 쓰러지면 안 되죠. 하하하. 나는 금강에서 물고기 떼죽음 취재하면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어요. 며칠 안 씻으면 어때요. 난 온몸에 비린내가 배겨서 씻어도 안 없어져요. 나 보면서 기운들 내요. 흐흐흐"김 기자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웃으며 하는 말에 뼈가 있었다. 그의 '나 홀로 개고생 취재'에 비하면 당시 취재현장은 양반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 기자도 깜짝 놀란 일이 벌어졌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경남 의령군에 있는 박진고개를 넘을 때였다. 내리막길을 달리는데,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레버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박진고개 허리께 다다르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다. 이러다 죽는 건가? 라고 생각하던 순간, 몸이 공중에 '붕'하고 날아 절벽 코앞에 멈추어 섰다. 아찔했다.
내 생에 잊지 못할 온몸 취재였다. 박진고개 자전거도로에는 안전펜스가 없었다.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도 없었다. 사고가 발생해 치료를 받으려면, 수십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했다. 4대강 사업은 자전거도로를 닦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래서일까. 국민세금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화려한 콘크리트 건물에는 홍보관만 있을 뿐, 의무실은 없었다. 자전거 정비센터가 있었으나 고장이 나면 수리할 수 있는 부품은 없었다. '쌩쌩' 달릴 수만 있는 자전거 고속도로에 지나지 않았다.
그 뒤에도 우리는 '단짝'을 이뤄 매년 4대강을 탐방했다. 2015년에는 시민들이 모아준 후원금으로 투명카약 두 대를 마련해 금강과 낙동강을 누볐다. MB 삽질에 몸살을 앓는 4대강을 생생히 담아냈다. 올해 여름에도 투명카약에서 생중계하고 수도권과 영남권 1300만 명 식수원에서 실지렁이를 발견해 4대강 사업의 거짓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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