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정국을 뜨겁게 달군 박근혜 게이트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정대희
- 이런 반동의 시기에 종교인들이 많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천주교계 일부가 나서고 있는데요, 기독교나 불교계는 덜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그냥 촛불을 들고 시민 속으로 들어갑니다. 시민 한 사람으로서 동참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 민주화운동 때 종교인들이 나섰던 것은 시민들이 최루탄과 지랄탄,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교인들이 그들의 방패가 되어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촛불의 물결 속에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이 나서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보는지요? "불교를 대표한다는 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은 MB 때부터 '747 불교지원단'이라는 선거조직에 가담해 상임고문을 했습니다. 이명박 후보 선거운동을 한 거죠. 그 덕으로 문화재 보수라든지, 템플스테이 비용 등 막대한 국가예산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권력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 보기에 바빴습니다. 자기 비서였던 최측근 인사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전형적인 '정교 유착'이죠. 정경유착과 다를 바 없습니다.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라는 종정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행사에 초대하는 등 간접적으로 선거를 돕고 자기 측근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비리의 복마전이라는 엘시티 착공식에 참석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똑같이 썩은 조계종이 어떻게 박근혜를 비판하겠습니까."
- 나라가 어지러운 시대에 종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세월호 참사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세월호 노란 배지를 달고 유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그 때 하신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말씀. 권력의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유가족들의 편에 서서 '난 당신의 편'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용산 참사 때에도 문정현 신부님께서도 끝까지 현장을 지키면서 유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 때 문 신부님께 고마움을 표시했더니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나야, 이 사람들이 필요하면 함께 있어주는 거지, 다른 건 없어'.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시대의 예수상이고 종교인들이 가야할 길이죠. 그런 분들을 보면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럽지요."
"26일 촛불을 들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 촛불 쓰나미가 지나간 뒤,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지요? "현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합니다. 범죄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악행은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라다니고 선행은 메아리처럼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듯이 재벌은 국정농단의 피해자가 아닙니다. 허물이 없다면 왜 돈을 내겠습니까. 노동자들이 임금을 조금이라도 올려달라고 하면 공권력을 동원해서 소리도 지르지 못하게 하면서 국가 권력이 돈을 내라면 천억이라도 갖다 바치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법인세 혜택을 주면서 속된 말로 '삥'을 뜯었는데, 이게 권력과 자본의 공생구조입니다. 이걸 없애야 하겠죠.
국가의 주인이 국민일 수 있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임기 중에 대통령이든 그 어떤 권력이든 잘못하면 지자체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처럼 소환할 수 있고 심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국민은 즉각 퇴진을 명령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정치체제는 탄핵절차 운운하면서 수개월 그 자리에 놔두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정치권의 몇 몇이 합의하는 끼리끼리의 개헌이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방향, 시민의 참여가 더 많이 보장되는 체제로의 개헌이 되어야지 의미가 있을 겁니다."
명진 스님은 마지막으로 촛불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플라톤이 말했지요.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지금 우리의 촛불이 새로운 나라,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가는 나라, 정신병자가 다스렸던 나라가 부끄럽지요? 수치스럽지요? 그럼 깨어있는 시민이 바꿉시다. 26일에 모두 촛불을 들고 행진합시다. 이제 200만, 300만 등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두 한마음이면 됩니다. 집에서도 마음의 촛불을 들고 참여해 주십시오. 그러면... 박근혜 워딩으로 하자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 같습니다. 하-하-하-." ☞ 1편 :
"박근혜 청와대는 추악한 '범죄 소굴'... 경찰은 수갑 들고 촛불시민과 진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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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거대한 정화조이자 쓰나미, 광화문 촛불 바다 속에서 소름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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