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여름이라 일이 없을 때 휴가를 갔다 오지 않으면, 나중에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며 휴가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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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7일 오후 4시 11분]
지난 9월 1일부터 직영점, 대리점, 판매점 등 모든 이동통신 유통점에 신분증 스캐너가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이용자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모든 이동통신 유통점에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신분증 스캐너의 도입으로 유통점에서 그간 업무편의를 위해 관행으로 이루어져 왔던 신분증 무단 복사, 일부 유통점의 개인정보 도용 등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심심치 않게 당하고 있다.
지난 10월, 허리 통증으로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에 휴가를 갔다 온 후부터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유슈프는 요즘 골치 아픈 일이 한둘이 아니다. 군인 출신으로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던 그가 처음 허리 통증을 느낀 건 지난여름이었다.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부품 박스를 드는 일을 반복하던 중에 살짝 어긋났다는 느낌을 받은 이후부터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악화되기 전에 일하면서 물리치료라도 받으려고 했지만, 사장은 움직여야 낫는다며 계속 일을 시켰다. 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점점 심해졌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 지경이 됐을 때, 사장은 우즈베키스탄에 휴가를 갔다 오라고 했다. 한국에서 치료받으며 일을 하기 원했던 유슈프에게 휴가는 원치 않던 일이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왕복 항공료를 들여가면서 휴가를 갔다 온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장은 여름이라 일이 없을 때 휴가를 갔다 오지 않으면, 나중에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며 휴가를 부추겼다.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두 달간의 휴가를 갔다 온 첫날, 유슈프는 기숙사 문이 잠겨 있는 가운데 자신의 모든 짐들이 기숙사 밖에 방치된 이유를 몰랐다. 그날 밤, 사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고 공장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유슈프는 이주노동자쉼터에서 생활하며 몇 번에 걸쳐 사장을 찾아간 뒤에야 어렵사리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사장은 사업이 어려워서 공장 문을 닫을 거라고 했고, 기계들을 처분 중에 있다고 했다. 원치 않던 휴가를 다녀온 까닭에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유슈프는 황당했지만, 회사를 옮기기로 했다. 구직 활동을 하며 쉼터에서 생활해야만 했던 유슈프는 고용센터에서 몇 번의 구직 알선을 받고 회사를 구했다. 역시 자동차 부품 회사였지만, 부품은 지게차로 옮기는 곳이라 아직도 아픈 허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게다가 우즈베키스탄 동료가 두 명이나 있어서 회사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줬다.
동료들은 한국어도 잘했고, 지역 사정에도 밝았다. 입사한 첫 주 일요일에 동료들은 글로벌 페스티벌이 있다며 함께 놀러가자고 했다. 용인시청에서 주관하는 행사였다. 그곳에서 유슈프의 머리를 쥐어뜯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즐거웠던 축제, 공짜 선물인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