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공동체이주노동자쉼터 행사에 참가 중인 이주노동자들
고기복
고용허가제법 어디에도 처음부터 4년 10개월 근로계약을 허락하는 조항은 없다. 고용허가제는 최장 3년+1년 10개월 동안 이주노동자에게 체류를 허가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입국할 때 1년 혹은 3년 단위로 계약하며, 3년 계약이 끝난 후 1년 10개월 동안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입국 후 근로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는 체류자격을 얻을 수 없다. 철저하게 고용주의 의지에 따라 근로계약이 연장되기도 하고, 체류자격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주노동자에게 근로계약 연장을 거부할 권리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수기얀또의 사장은 그 점을 오해하고 있었다.
고용허가제가 왜 있는지 아느냐면서 사장이 한 말은 일정 부분 맞긴 하다. 고용허가제 기본 원칙 중 하나가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사업장에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원칙 중 또 다른 하나는 '노동관계법령 등을 내국인근로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차별금지 원칙이다. 내국인이라면 근로계약이 끝나서 귀향하겠다고 할 때 회사 사정을 들어 퇴사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라고 퇴사를 막겠다는 것은 차별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무엇보다 사장이 근로계약을 연장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거짓이었다. 수기얀또는 근로계약 연장에 동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취업활동기간 만료 전에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사용자는 최소한 계약만료일 1개월 전부터 7일 전까지 이주노동자 재고용 신청을 해야 한다. 즉, 아직까지는 근로계약 연장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장이 '회사 불이익' 운운하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 하나, 사장이 '근로계약 파기하면 외국인을 더 못 받는다'는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고용허가제는 근로계약 체결 이후 사용자의 귀책 없이 이주노동자가 근로를 개시할 수 없게 된 경우, 고용허가서를 재발급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 고용허가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 출국하는 경우 등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고용허가제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이주노동자와의 고용관계에 중요한 변동이 생기면 고용센터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 경우에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근로계약 만기자가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용자는 피해 볼 일이 없는 것이다.
수기얀또는 사장이 억지를 부려도 너무 부린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장이 퇴직금 성격의 출국만기보험이나 그동안 납부했던 국민연금 등을 돌려받지 못하게 훼방을 놓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그가 귀국할 때까지 어떻게 견딜지 머리 아프다고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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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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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간다는 이주노동자 붙잡는 사장님, 이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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