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과 악수하는 박근혜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기위해 국회로 들어서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세균 의장에게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 내각을 통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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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그는 지난 8일 국회에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내각 통할'의 의미도 불명확했다. 그다음 날 청와대는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인 내각 통할권, 각료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 모두를 앞으로 총리가 강력하게 행사하는 것을 대통령이 확실히 보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여야 합의 총리에게 헌법에 있는 그만큼의 권한만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상 총리의 권한은 모두 대통령의 명에 좌우된다. 각료를 제청해도 거부하면 되고, 현재 상황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힘이 회복되면 총리를 바꿀 수도 있다. 최종 서명권을 가진 사람의 권한은 막강하다. 지난 4월 총선 때 새누리당 '옥새파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가 국민의 분노를 수용하는 시늉이라도 내려 한다면, 최소한 새누리당 탈당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들의 대응도 혼란스럽다. 주장하는 바가 제각각이다. 목표가 '박근혜 사임'인지 '거국중립내각'인지 불분명하다. 각 당마다 다르고, 같은 당 안에서도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의 의견이 다르다. '전략적 모호성'이나 '역할 분담'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질서 속에서 배치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할지, 그 이후 정부를 어떻게 할지 이제는 가르마를 타야 할 때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으로 하여금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게 하고, 야당들이 대오를 정비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이승만 정권을 몰아낸 4.19혁명도, 전두환 정권의 항복을 받아낸 6월 항쟁도 시민이 앞장서면서 정치를 견인한 결과물이었다.
12일 '100만 촛불'이 중요한 이유다. 박근혜 청와대의 두꺼운 유리창을 뚫고 들어갈, 밝은 촛불과 높은 함성이 필요한 이유다. 청와대 관저에서는 세종로가 한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