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이상옥
조국의 비탄을 아는 듯 연일 바닥을 적신다 -이상옥의 디카시 <이국에서의 우울>
이국 땅이 어찌 조국만 하겠는가. 지난 3월 중국에 오고서 참으로 가슴 벅찬 나날이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나도 모르게 자리했다. 한국을 떠나 보니, 한국이 얼마나 멋진 나라인가, 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도처에서 한류를 피부로 느꼈다. 만나는 사람마다 "워스한꾸어런(我是韩国人)", 나는 한국인이라고 하면 웃으면서 "하오(好)", 좋다를 연발하며, 한국말 할 줄 안다고 "좋다", "아저씨" 등의 단어를 나열한다. 어떻게 한국어를 아느냐고 하면, 한국 드라마 보면서 배웠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중국에서 지내는 것이 낯설지도 않고 오히려 내가 무슨 스타라도 된 양 착각이 들 정도로 우쭐해 하면서 지냈지 않았던가.
기사 검색하는 것마저 두려워요즘은 갑자기 우울해져 버렸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도 어느덧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필부의 우울마저도 하늘이 아시는지 연일 비가 내린다. 그나마 며칠 전부터 숙소에서 멀지 않은 한국식당에서 한국음식을 먹고는 근처 커피숍에서 카페라테를 마시며 책도 읽고 노트북으로 글도 쓰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연일 한국에서 "대자보 물결…거리 기습시위…들불처럼 번지는 민심" 같은 기사를 보면서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라는 탄식과 함께 기사를 검색하는 것마저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