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방위군 사건 연루자 공개처형 총살장면(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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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사단장 회의에서 취사장 연료 비리 건의사건 이후 사단장은 일선부대의 제반 보급비리를 파악한 듯 새로운 조치가 내려졌다. 그 조치란 매일매일 부식 보급차량이 각 중대 또는 독립소대별로 부식을 배달하는데, 그 부식차 선임탑승을 보급 하사관 대신에 일선 소대장이 매일 번갈아 탑승케 했다.
나는 그 조치에 따라 어느 날 연대 부식 보급창고로 가서 보급품을 수령해 트럭에 선임 탑승, 대대 내 전 지역에 흩어진 하급부대를 돌면서 그 부식을 나눠주었다.
그때 나는 운전병을 통해 그동안 부식 비리를 듣거나 직접 확인한 적이 있었다. 그 원인은 운전병이나 보급 하사관들을 터치할 수 있는 기관이 바로 그런 비리를 저지르게 하는 원인 제공 처임을 알게 됐다. 이들은 부식차가 지나다니는 검문소의 헌병대, 연대장이나 대대장들의 당번병, 수송부대 등으로 이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기 때문이었다.
특히 쇠고기나 닭고기가 나온 날은 그들이 먼저 용케 알고 부식 트럭에 접근하여 규정 외로 많이 가져갔다. 그래서 선임 탑승한 보급관은 하급부대에 정량으로 주고자 부대로 가는 도중에 트럭을 개울 옆에 세운다고 했다. 그러면 보급관은 미리 준비한 주사기를 이용하여 닭은 항문으로, 쇠고기는 살덩이 중간 중간에 물을 주입시킨다는 것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 물 먹인 쇠고기 파동으로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비리의 방법은 군부대에서 유래되었는지, 아니면 군부대 보급관들이 도살장의 도축사의 그런 비리를 배웠는지, 나는 지금도 거기까지는 모르고 있다.
결국 비리의 주범은 하급부대보다 상급부대나 힘있는 자에게 있었고, 바로 사단장·연대장·대대장·소대장·선임하사관 등 상급자에게 있었다. 그런 지휘관이나 지휘자들이 군 부대 내에서 특권을 당연하게 누리기에 군부대 비리는 실핏줄처럼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래서 유래된 군부대에서 한때 유행한 말은 '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이었다. 이 말은 사병들의 쇠고깃국은 누른 소가 강을 건넌 듯, 군부대 내의 쇠고깃국에는 고기는 한 점 없고. 쇠기름만 둥둥 뜨고 있다는 해학적 표현이었다.
각 소대장들의 부식차 선임 탑승이 한 달 쯤 지속되더니 어느 날부터 슬그머니 원 위치 되고 말았다. 아무튼 그런 조치 이후부터 부식은 조금 개선되었지만, 그 근본 개선은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의 의식이 근원적으로 확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해 보였다. 내가 그동안 살어오면서 살펴 본 부정부패 비리는 위, 아래, 중간 곳곳에 암균처럼 퍼져 있었다. 가장 모범이어야 할 학교에서조차도 깊이 병들어 있었다.
닉슨 독트린내가 현역으로 복무 중인 그 무렵이었다. 미국 대통령 닉슨은 1969년 7월 25일 괌에서 그의 새로운 대아시아 정책인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1970년 2월 국회에 보낸 외교교서를 통하여 닉슨 독트린을 세계에 선포했다. 이를 '괌 독트린(Guam Doctrine)'이라고도 한다.
그 내용의 요지는 "미국은 앞으로 베트남전쟁과 같은 군사적 개입을 피한다"는 것이다. 즉 월남전에서 '미꾸라지에게 뭐 물린 격'으로 혼이 난 미국은 '태평양 국가'로서 그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지만, 더 이상 직접적 ·군사적인 또는 정치적인 과잉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이 닉슨 독트린은 한국에서 일부 미군들의 철수도 시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방 미군들 가운데는 일부 철수케 되어 미군들이 그동안 썼던 퀀셋(Quonset) 막사를 한국군에게 이양하고 있었다. 그 무렵 우리 중대는 천막막사로 지내고 있었던 바, 이 퀀셋 자재들을 양도받게 되었다.
그런데 퀀셋 막사 본 공사는 6군단 공병들이 파견 나와 기술지원을 하지만, 그 이전 기초공사는 자대에서 하도록 시달되었다. 그래서 6군단 수송부에서 덤프차를 몇 대 중대로 보내 한탄강에서 모래를 채취하여 중대로 나르게 했다. 그런데 덤프차 운전병들이 운송 도중 연료를 팔아먹거나 태업하지 못하게 소대장들을 선임 탑승케 했다.
나는 난생처음 군 수송덤프차에 선입 탑승했는데, 운전병의 인상이 매우 화난 표정이었다. 곧 상부에서 자기들을 믿지 못하고 낯선 장교를 선임 탑승시켰다는 불만이 그의 얼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나 역시 상부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선임 탑승했다.
덤프차는 중대를 출발하여 한강 둑 절반 정도(이산포 부근)를 달리더니 둑 위에서 차가 멈췄다. 그러더니 운전병은 차가 고장이 났다고 판초 우의를 차 밑바닥에 깔더니 거기에 드러누워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었다.
나는 그게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달구지 곤조(근성의 일본말)'라는 걸 곧 깨달았다. 나는 그를 달래고자 라면과 음료수를 사준 뒤에야 그 고장 난 덤프차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날 헤어질 때야 그는 본심을 얘기했다. 그날 그의 태업은 자기네 수송부 하사관의 지시였다고 말했다.
이는 곧 자기들을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데 대한 일종의 태업이었다. 정말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비리 구조는 암(癌)세포보다도 더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 암 균 때문에 '대한민국호'가 침몰할 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호를 안전하게 운항시킬 선장은 그 어디에 있는가?
(*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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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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