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삼채총각의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삼채총각'이란 별명으로 알려진 20대 청년농부 김선영씨. 고교 졸업후 호주의 전문대학격인 SBIT TAFE에서 관광과 호텔경영을 전공했다.
김선영
해외유학과 창업, 두 가지 꿈이 있었다. 고교 졸업, 군 제대 후 밤낮없이 투잡을 뛰며 호주행 경비를 모았고 완강하게 반대하던 부모님을 '호주에서 굶어 죽더라도 가겠다, 도움 안 받고 유학생활 하겠다'며 설득한 끝에 스물두 살에 호주 유학길에 올랐다. 지금은 '삼채총각'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청년농부 김선영(28)씨 이야기다.
2010년 호주의 전문대학격인 SBIT TAFE(Southbank Institute of Technology 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에서 관광과 호텔경영을 전공하면서도 김씨는 여전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새벽에는 길거리 청소, 낮엔 레스토랑 서빙, 주말엔 인력거운전까지 이력서를 채워나가다 보니 제법 경력이 쌓였고 영어실력이 늘면서 5성급호텔의 VIP만을 위한 다이닝 레스토랑 서빙까지 하게 됐다.
"호주 유학이 끝나면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베이징으로 갈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제가 수업을 듣던 교수님의 강의 중 미래 가장 유망한 분야는 농업이 될 것이라는 내용에 확 꽂혔어요. 마침 한국의 지인으로부터 미얀마가 원산지인 '삼채'라는 채소를 소개받은 이후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더 이상 호주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2012년 12월 귀국한 김씨는 자신의 전공인 관광과 농업을 접목시킨 사업을 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겼다. 호주에서 모아뒀던 유학자금 3000만 원은 고스란히 창업 밑천이 됐다.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모르는 것은 배우고 열심히 발로 뛴 덕분일까 2013년 충북 진천군 후계농업경영인(옛 영농후계자)로 선정되면서 스물네 살 청년농사꾼의 앞길에 청신호가 켜졌다. 2억 원의 정부지원 자금으로 충북 진천에 땅을 매입하고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하루 종일 '진짜 삽질'을 하는 농부가 됐다.
"우리나라 농업은 매스컴에 취약합니다. 어떤 특용작물이 몸에 좋다는 기사가 매스컴에 나오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너도나도 그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죠. 삼채도 2013년 초엔 킬로그램당 5만~6만 원선으로 고가에 팔리며 인기를 누렸지만 그해 말 부정적인 기사가 난 이후 주문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어요. 이후 정정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좀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특용작물은 반짝 인기가 사라지면 판로에 문제가 생긴다. 인기를 믿고 대량생산에 나섰던 농업인들은 많은 양의 작물을 썩혀서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삼채 역시 2013년에 반짝 유행을 탔지만 지금은 공급자의 80%가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을 만만하게 보고 쉽게 진입하지만 판로에 대한 고민 없이 시작한다면 10명 중 9명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씨의 지론이다. 소비자만 바라보고 농사를 짓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청년농부 삼채총각의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