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9) 화면 갈무리
정부가 태 공사의 탈북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면서 종편의 무차별적인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 개인에 대한 배려도, 주장에 대한 근거도 없었다. 게다가 탈북자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태영호 공사의 신상이 공개된 후 보수종편은 그에게 '금수저', '손꼽히는 엘리트' 등의 수식어를 붙였다. 그와 아내의 가문 때문이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18)에서 진행자 이용환 정치부 차장은 태영호 공사가 빨치산 1세대인 태병렬의 아들이라는 소문을 사실처럼 전달했다.
"북한의 김수저, 김수저가 아니죠, 금수저 일가의 탈북이기 때문에 또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태영호의 친형은 태형철이라는 사람입니다. 직책 한번 봐주세요.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소위 북한 내에서는 굉장히 엘리트 집안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태영호의 부친은 누굴까. 위로 한번 올라가 보죠. 태병렬이라는 인물입니다, 태병렬. 인민군 대장 출신이고요." 통일부는 태병렬 인민군 대장과 태영호 공사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가족 관계 등에 공식적으로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 되었다"고 밝혔다. '핵심 혈통의 탈북'은 '북한 체제 붕괴'를 주장하기에 가장 좋은 근거다. '북한 붕괴론'을 실체인 양 보여주기 위해, 일각의 소문에 불과했던 '태병렬-태영호 부자설'을 사실처럼 대대적으로 떠들어 댄 거다.
종편이 가장 낱낱이 캔 것은 그의 아들들 신상이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18)는 둘째 아들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공개했다. 종편에서 다룬 차남에 대한 정보는 입을 '떡'하니 벌어지게 한다. 출생지와 이름, 나이, 성적, 다니는 학교, 진학 예정인 학교, 학비, 좋아하는 가수, 만화, 취미 등 수두룩하다. 게임 마니아라며, 게임명, 게임 아이디, 마지막 접속시간, 1년 총 접속시간도 공개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9)는 더 심각하다. 김병민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은 공개된 게임 아이디로 페이스북 계정을 검색해 보았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이 발가벗고 있는 사진 등이 게시돼 있었다. 그는 개인의 상상일 뿐이라면서도 이 계정과 차남의 상관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발언을 이어간다.
"최고 존엄을 완벽하게 모독한 거죠. 저런 사진들이 대거 유포되고 있는 페이스북 계정의 ID인건데 이것들을 똑같은 내용의 아이디를 가지고 차용해서 차남이 썼다라고 하면 저는 지금까지 보도되지 않았지만, 제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북한이 태영호 공사에 대해서 이제 국내 소환을 앞두고 있지 않았습니까? (중략) 과거 BBC 기자의 문제들이 굉장히 큰문제로 지적이 됐다라면, 사상검증에 대해서 아들이라든지 여러 가지 검증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혹시나 이 계정 ID를 가지고 북한이 발각을 했다고 한다면 아들 입장에서 북에 소환된다면 큰일 나지 않겠습니까?" 계정과 차남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위험한 정보가 담긴 SNS 페이지까지 공개하며 '개인 견해'를 무리하게 밝혔다. 이 정도면 개인 정보 감찰 수준이다. 무엇보다 페이스북 계정을 공개한다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지난 22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간사 회동에서 "딸이 북한에 남아 있다는 말도 있지만 태 공사는 슬하에 이번에 함께 망명한 아들 둘만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널A <뉴스특급>(8/19)에서 논의된 내용은 다르다. 강명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10년 전에 태영호가 지금 공사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 때 제가 본 딸 아이가 상당히 어려요, 어리기 때문에 학교 갈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거기에 남겨 놓을 수 있고 볼모로 잡아놨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라며 딸의 존재를 언급했다.
이어 "파워가 있는 집안이기 때문에 딸을 데리고 나오자면 얼마든지 데리고 나올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놔뒀다는 것은 (어릴 땐) 어리니까 차라리 떨궈놓을 수 있는데 이번에 나올 때 보면 딸이 나이가 한 15살 정도 됐을 것 같아요, 그때는 5살 됐다가, 그러면 15살 된 나이면 얼마든지 제3국으로 뽑아낼 수 있는데 이런 정도의 권력을 가진 태영호나 부인이라면 딸을 그냥 두고 오진 않았을 거라고 봐요"라며 딸의 제3국에 체류했을 거란 추정으로 마무리했다.
정부는 태 공사의 자제는 아들 둘 뿐이라 밝혔다. 그럼에도 종편은 북한 인질설, 동반 입국설 등을 들며 존재조차 모호한 딸의 행방을 추정하기 바빴다. 태 공사에게 딸이 없다면 오보에 가까운 내용이 되는 것이며, 딸이 존재한다 해도 이는 공개하지도 않은 개인의 행방을 근거도 없이 추정하는 명백한 인권 침해 행위다. 뿐만 아니다. 딸이 존재함에도 공개하지 않은 거라면 신변의 위협 등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종편은 태 공사 측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극적인 신변잡기에만 집중했다.
생계에 대한 문제 역시 아들 문제만큼이나 정보량이 많았다. 살던 집의 방이 몇 칸인지, 집의 가격이 얼마인지, 주로 이용하는 마트 상호명부터 쌀, 라면을 마트에서 자주 샀고, 이 모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월급은 173만 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낱낱이 공개했다.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8/18)에서 진행자 김승련 정치부 차장, 김정봉 전 NSC정보관리실장과 천상철 정치부 차장은 개인의 생계문제를 조소까지 섞어가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화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김승련 : 그러니까 지갑을 꺼내서 10파운드, 20파운드 정도 들어 있는 지갑이고 꼬깃꼬깃 돈을 꺼냈는데 카트에 담겨 있는 게 쌀하고 라면 정도다. 이 궁핍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잖아요. 김정봉 : 북한 대사관저에 가면 가끔가다가 북한의 신서사라고 해서 서류를 직접 북한에서 들고 온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보통 이민용 가방에다가 가득가득 뭔가를 가져옵니다. 그게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가지고 와서 북한 공관에서 김치를 담그고 된장, 고추장을 그걸 해서 저렇게 쌀하고 라면만 사서 그걸 먹고 견디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을 살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냥 비참하게 된장, 고추장이랑 쌀하고 라면만 먹는 거죠. 천상철 : 그래도 창피하니까 탈북자들하고 줄서서 물건을 사는데 차관급 아닙니까? 차관급의 고위공무원이 북한에서 쌀과 라면밖에 못 살 정도가 되니까 처음에는 김일성, 김정일 배지를 달고 다니다가 창피하니까 부끄러우니까 나중에는 이걸 떼고 다녔다는 증언까지 나왔어요. 보수종편은 북한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