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노지현
좋든 싫든 한국 남자는 군대의 그늘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다. 2장에서는 그런 심리적 작용이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읽을 수 있었는데, 차마 언급하는 것조차 얼굴이 붉어지는 베트남 라이따이한과 필리핀 코피노 문제도 있었다. 도대체 왜 한국 사회의 남성상은 군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그 이야기를 과감히 저자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태초에는 평범했던 남자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한국의 문화'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비상싱적인 폭력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그 안에서 호흡하다 보니, 어느 새 파도가 되듯 '어떤 남자'로 변해 자신이 '당했던' 폭력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행사하게 된다. 그럴수록 '남자답게 잘 컸다'는 소리를 들으니 자신이 소속된 사회가 군사 문화로 점철되어 있다고는 딱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사회가 제공한 고정적인 틀 안에서 자신은 톱니바퀴가 되어 살아간다. 이곳에서 힘든 것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버텨낼수록' 카리스마 있는 남자가 된다. (중략)해외 학자들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한국의 자본주의가 유독 가파르게 성장한 이유로(군부독재 외에도) '남자들의 사고방식'을 손꼽는다. 한국의 남자들은 '자본주의 노동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기도 전에 학교와 군대에서 이미 자본가가 '부려먹기에' 최적화된다는 말이다. 즉 한국의 남자는 어떤 사회에나 있는 남자와는 '다른' 남자다. 그러니 '원래' 그런 남자는 없다.' (본문 118)솔직히 군대는 너무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우리 한국 사회의 남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군대를 통해 고정적인 틀에 갇히는 남성들은 모종의 분노를 속에 품고 있고, 그러한 분노를 아래에 다시 전달하거나 자신보다 조금 더 약한 약자에게 해소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한국 남성은 대체로 모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주인공처럼 "아무것도 안 했어. 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중얼거리면서 남자 혐오를 하는 여성들을 비판하고, 그런 여성들을 비판하는 남성을 비판하면서 모종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한다. 이러한 답습되는 모습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우리가 불편해할 수도 있는 모습을 까발린다. 군대 문화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서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병영캠프에 보내어 너도나도 군대 정신이 필요하다고 난리이고, 올림픽이 열리는 날에는 모두 욕만 하던 나라에 마치 애국심이 철철 흐르는 애국자가 된다.
이상한 모습이 평범하게 일어나지만, 제대로 된 비판을 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어 쉽게 허용되지 않는 한국 사회.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과감히 금기를 건드리면서 비판하고,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서 반성하기도 한다. 아마 책을 읽는 독자가 자존심 강한 남성이라면 얼굴을 씰룩거리지 않을까 싶다.
남자와 여자.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어떤 성별을 가지고 있더라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라는 책이 점점 성별의 갈등이 심해지고, 서로에 대해 혐오의 감정이 깊어지는 우리가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점이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오찬호 지음,
동양북스(동양문고),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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