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왕국의 궁궐인 수리성.
허시명
세조 13년(1467년) 7월 17일의 일이다. 임금이 "그대의 임금이 그대들을 사신으로 보내어 정성을 바치게 하고 예물도 많이 가져 왔으니, 내가 매우 가상히 여기고 기뻐한다, 지금 내가 그대의 임금을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이 술을 마시겠다" 하고 "술을 천축주라고 이름 붙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사신이 대답하기를 "이 술이 천축국(天竺國)에서 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천축국은 어느 방향에 있는가? 너희 나라와 도로의 상거(相距)가 얼마나 되는가? 또 너의 나라 사람이 항상 왕래하는가?"라고 임금이 재차 물으니 사신이 대답하지 못하고 말하기를 "천축국은 남쪽 지방에 아주 멀리 있는데, 저희 나라와는 서로 통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경계 상에 이를 뿐입니다"라고 했다.
잔치가 파하자, 임금이 종친과 재추(宰樞)에게 이르기를 "이것은 천축주가 아니다, 천축주가 진실로 이와 같지 않다면 저들은 우리가 그것이 천축주가 아니라는 것을 알 줄 어찌 생각했겠는가? 반드시 우리를 속이는 것이 많을 것이다"(此非天竺酒也. 天竺酒固不如是, 彼豈料我之知其非天竺酒也. 必自多欺我矣)라고 말했다. 세조의 말 속에서 술이 거짓이니, 다른 것도 거짓일 수 있다고 추정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세조 7년(1461년) 12월 12일에는 사신들이 천축주를 가져와 술 항아리를 열어보니 술이 없고 사탕이 나왔던 적이 있었다. 이때 사신들은 "신 등이 토물(土物)을 받들어 바치면서 착오(錯誤)한 것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죽어도 죄가 남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세조는 "이것은 너희들의 허물이 아니다, 또 너희 왕이 나에게 천축주를 보내며 반드시 내가 이를 마실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이제 네가 술을 올리면 비록 천축주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것도 또한 너희 왕이 보낸 것을 마신 게 될 것이다"라고 용서한 적이 있다.
인도에서 전파된 증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