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에게 돌려줘야 할 썰렁 개그

[게릴라칼럼] '친박'과 '재벌'만 안고 가는 정부를 향한 분노

등록 2016.08.12 15:20수정 2016.08.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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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가 지난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가 지난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전통시장 방문 말고 좋아하는 게 또 있다. 바로 개그다. 박 대통령의 이른바 '썰렁 개그'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하다.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도 박 대통령의 개그가 작렬했다고 한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할머니 좀 비켜주세요'란 말을 경상도에서 세 글자로 뭐라고 줄이느냐고 묻고 자답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답은 "할매 쫌!". 연이어 두 글자로는 "할매!", 한 글자로는 "쫌!"이란 답을 내놨다고 전해진다.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알려졌고, 특히나 이 농담에 대해 참석자들이 폭소를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그 개그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먼저 준비했을 것을 생각하니 왠지 짠해진다. 게다가 그 특유의 코드가 참으로 요즘 말로 '아재' 아니 '할매'스럽지만, 눈길이 가는 대목은 사실 '화기애애'했다는 그 분위기와 대통령의 현실 인식 그 자체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참석 사진도 마찬가지고, 요즘 박 대통령의 심기가 참으로 화평하신 듯하다. 언론에 비친 얼굴만 보면, 그야말로 태평성대가 따로 없다. '머슴'을 자처하는 이정현 의원이 여당 당 대표로 당선돼서일까. 만약 그렇다면, 유감을 넘어 분노가 치미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과연 지금 정국이 여당 관계자들과 농담 따먹기나 하고 화기애애하게 격려나 할 시기인가 말이다.

뒤에 더 살펴보겠지만, 지도부 오찬 회동과 이어진 이정현 신임 대표와의 독대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의 안일한 현실 인식은 별다를 바 없었다. 그저 '친박의 재구성'만을 목격해야 했을 뿐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할매 쫌!" 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12일 또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광복절 대사면이다.

박근혜가 재벌을 응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CJ이엔엠의 음악페스티벌인 MAMA(2014년)의 축하사를 남기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CJ이엔엠의 음악페스티벌인 MAMA(2014년)의 축하사를 남기는 모습유투브 캡처

"CJ가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


2013년 6월, CJ E&M은 케이블 채널은 물론 주요 계열사 홍보 블로그까지 동원해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앞선 5월 자택 압수수사를 비롯해 CJ 그룹 이재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었다.

CJ의 낯 뜨거운 친정부 광고가 한창이던 6월 26일, 그 전날 17시간의 검찰 조사를 받은 이재현 회장이 전격 구속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였다. 그리고 한동안 국내 최대의 미디어엔터그룹 CJ의 창조경제 응원은 지속됐다. 정권이 재벌을 손(?)보면 그 재벌이 정권에 읍소하는 후진적인 시스템이 21세기 한복판에 재현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2016년 8월, 그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항소에 항소를 거치고 거듭된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끝에, 2014년 2월 이 회장이 받은 징역 4년 및 벌금 260억 원 형은 2015년 12월 2년, 6개월 및 벌금 252억 원으로 줄어 있었다. 실제 수감 기간은 4개월여. 그리고 그는 한화 김승연·SK 최재원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영광(?)을 안았다.

딱히 이재현 회장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보다 '친박' 체제의 유지와 함께 재벌과의 밀월도 능한 박근혜 대통령의 변치 않는 뚝심이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친 정권 시위에 동원됐던 어버이연합에게 뒷돈을 대준 정황이 드러난 전경련의 활약이 대표적이다.

또 특사 규모만 놓고 봐도 개운하진 못하다. 3년째 정치인은 제외됐다고 하지만, 경제인 등 14명을 포함해 총 4876명이 이번 특사에 포함됐다고 한다. 운전면허 행정제재 감면 등을 포함하면 총 142만여 명이 이번 특사에서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취임 후 최악의 지지율을 찍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잃어버린 민심을 특사와 같은 꼼수로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게 원칙은커녕 꼼수와 회피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의 안일한 국정운영 능력은 정부와 여당이 지난 11일 발표한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적(7~9월) 완화' 내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돼지'도 모자라 국민을 원숭이 취급하는 박근혜 정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가정마다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뿜으며 작동하고 있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며 에어컨 사용이 늘어난 각 가정에서 전기요금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가정마다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뿜으며 작동하고 있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며 에어컨 사용이 늘어난 각 가정에서 전기요금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민중은 '개돼지'다. 게다가 국민은 호구요, 봉이다. 이미 과도한 혜택이라 지적받아온 기업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놔둔 채 6단계 누진제 요금 구간의 폭을 50㎾h씩 높이겠다는 정부여당의 완화책을 보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가정당 월 6천원 가량의 혜택이 예상되는 일시적 누진제 완화책만 내놓은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없다. 국민들을 조삼모사 고사 속 원숭이로 보는 꼴이다.

그것도 유례없는 폭염이 최절정에 다른 8월에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 아닌가. 이 정부가 얼마나 무대책으로 일관했는지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오찬 회동 중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를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도 더없이 볼썽사납다.

다시 오찬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박 대통령은 변한 게 없다. 아니, 지지율 하락은 이제 레임덕이라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중국발 사드 배치 후폭풍 등도 관심이 없는 투다. 추가경정예산이나 노동 4법 등을 여전히 당면 현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순진해 보이기까지 한다. 성난 성주 군민들이 외치는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목소리가 들릴 리 없다.

전형적인 '너희는 짖어라, 나는 내 갈 길을 가련다'는 '마이웨이' 행보다. 여전히 시장이나 방문하던 지난 여름휴가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허나, 친박과 재벌만 양손에 쥐고 가겠다는 의중은 물길을 들여다보듯 투명해 보인다.

유례없는 폭염에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진짜 분노는 국민들에게 고작 한달에 6천 원씩 안겨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게 향한 지 오래라는 것을. 그러니까 제발, "할매 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후 당 지도부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후 당 지도부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남소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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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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