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시조시인이 단시조집 <모국어>를 펴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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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시인은 1975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해 시력 40년의 세월을 넘어서고 있는 시조시단의 원로다. 김 시인은 2013년 경남 진주 석류공원 인근에 '한국시조문학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모국어>는 시인의 오랜 사유와 감각을 집성해 놓았고, 특별하게 정제된 차분한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정결하고도 단아한 생애를 선명하게 조감하게끔 해준다.
"황토 벌 거친 들판에 꿈의 씨앗 뿌렸다땀방울 흙에 묻고 결실을 기다렸건만거둘 것 없는 그날의 분노인가 저 불길은""들불-농민 시위를 보며"라는 제목의 단시조다. 외국농산물 홍수 속에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농민들의 분노를 표현해 놓았다. 김정희 시인은 농민의 삶과 같이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고 있다.
"꽃들은 이울기에 더없이 아름답고목숨은 사라지기에 더없이 소중하다살아서 숨 쉬는 지금 우리 함께 좋은 날" "좋은 날"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하루하루 지치고 힘든 현대인의 삶이지만 그래도 숨 쉬며 사는 게 '좋은 날'인 것이다. 김 시인은 늘 긍정의 힘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김정희 시인은 단시조의 창작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심화해 왔고, 명료한 분별과 이성적 경계를 지우면서 그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기는 방법론을 통해 시적 자유와 표현을 담아내 왔다"고 말했다.
한국시조문학관에서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시조, 남강을 노래하다"는 제목의 기획전이 열렸다. 김연동 윤정란 이달균 이우걸 시인 등이 낸 시화가 전시되었다.
김정희 시인은 "시조는 겨레의 얼이며 숨결이다. 신라의 향가에 연원을 두면 천 년의 역사이며 그 형식이 정제된 고려말로 보면 700여년을 이어온 이 나라의 정형시다"며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아름다운 정형시임을 천명하면서 금명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희망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희 시인은 한국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허난설헌문학상, 올해의 시조문학작품상, 월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 시인은 그동안 시조집 <소심>, <빈잔에 고인 앙금>, <풀꽃은유>, <망월동 백일홍>, <그 겨울, 얼음새꽃>, <물 위에 뜬 판화> 등 12권을 펴냈고, 수필집 <아픔으로 피는 꽃> 등 3권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