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배경이 된 최승갑 씨의 삼각자369고지에서 앉은 채로 초소에서 총에 맞아 숨진 최승갑 씨의 유해가 50년이 지난 뒤, 발굴 되었답니다. 삼각자에 그가 쓴 '최승갑'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손현희
'낙동강방어선전투'의 치열했던 전투 가운데에 칠곡 '369고지'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인데, 지난 2000년에 이 치열했던 전쟁터에서 유해발굴을 했답니다. 그때, 한 국군의 유해가 발굴된 이야기는 참으로 가슴 저미고 안쓰러운 이야기랍니다. 초소에서 앉은 채로 총에 맞아 희생된 국군이었는데, 유해 발굴과 함께 그의 이름이 적힌 삼각자와 만년필, 호루라기가 나왔답니다.
특히 삼각자에는 그가 손수 새겨 넣은 '최승갑'이란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그걸 단서로 유족을 찾으니, 당시에 벌써 75세가 된 원정호 할머니였어요. 발굴단이 찾아갔을 때, 엊그제도 꿈속에서 남편을 봤다면서 '백골이라도 내가 봐야 한이 안 될 것 같다' 면서 현장에 왔다고 합니다.
50년 동안 기다린 긴 기다림, 이미 백발이 된 아내, 남편과 헤어질 때 이제 막 갓 난 딸아이가 있었는데, 어느새 중년이 되어 백골이 된 아버지를 찾아간 것입니다. 내내 담담했던 할머니도 남편의 호루라기를 알아보고 휴가 나왔을 때, 목에 차고 나왔다고 얘기를 하며, 백골이 된 남편의 유해를 보자마자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는데 가슴이 메어지더군요.
이 이야기는 '55일'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송까지 나갔지요. 그 방송을 보던 영화감독 강제규 감독은 대작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게 된답니다. 바로 50년 긴 기다림의 끝에 백골이 된 남편을 만난 원정호 할머니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