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잘 이해하는 방법 둘, 다양한 술을 맛보기.
허시명
그의 주점에는 이미 마셔버린, 100만 원이 넘는 술이 쉽게 눈에 띈다. 그 술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모든 정보는 그에게서 나온다. 그는 자신보다 우월한 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무림의 고수처럼, 술에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쏟아놓는다. 그는 술을 통해서 사람과 소통하고, 술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그는 술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수시로 양조장들을 찾아간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압도당하고, 그가 따라주는 술에 감탄하고 감동한다. 나를 그곳까지 이끈 단골은 그의 술집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맛의 지배자고, 자신은 맛의 포로가 된다고 했다. 그의 말을 믿기 시작하면, 그는 좀 더 수준 높은 술의 정보를 제공하고, 비장의 무기처럼 숨겨둔 술을 제공한다.
그는 말하는 틈틈이 "술을 좀 아신교?"라고 묻는다. 당연히 잘 모른다고 고개를 저어야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다. 그는 술을 유통하는 이들에게도 큰 손으로 통하고, 양조장 사람도 그의 가게에 들어와 다양하고 고급한 술의 진열에 놀라고 고개를 숙이고 간다고 했다. 그의 말은 거침없고, 그의 표정과 몸짓은 도도하다.
"술에서 가장 중요한 게 쌀 아닌교, 양조 벼는 키가 큽니더. 벼의 크기가 내 어깨 정로로 올라옵니더. 그리니까 바람 불면 픽픽 스러집니더. 일반 논에서는 키우기 어렵십니더. 막걸리 빚을 때도 쌀을 골라서 써야 합니더. 동네에 가면 기름기가 적은 쌀을 구해서 술을 빚어보이소. 기름기가 있으면 효모의 먹이가 풍부해서 효모에서 고유한 향기가 나지 않습니더. 기름기가 없고 밥맛이 없는 쌀을 가지고 빚어야 효모가 쌀 속에 암덩어리처럼 박힌 심백을 먹다가 지쳐 진을 팍팍 내 뿜씁니더."그러면서 그는 효모 향이 강한 술을 꺼내온다. "술을 삼키고 나서 하나 둘 셋 세고 나서, 코숨을 길게 내 뿜어보이소. 향이 느껴지지예." 그 향은 마치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굳세고 강렬하다. 그의 말에 취해있자니, 향기가 빠져버린 술이란, 혼이 빠져버린 술 같다.
그의 인도 하에 새로운 세계로... 퇴로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