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서부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소사벌 단오제의 국민의례.
허시명
강릉 단오제에서만 술빚기 행사를 하는 줄 알았더니, 평택 소사벌 단오제에서도 전통주 선발대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전통주 대회의 심사차 단오날인 6월 9일에 평택 서부공설운동장을 찾아갔다. 평택 소사벌 단오제는 2년마다 열리는데, 2년 전에는 세월호 참사의 슬픔 때문에 행사를 하지 않았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국가지정 문화재인 평택 농악 소리와 함께 행사가 시작됐다. 마을 22개 읍·면·동 주민들이 마을 깃발을 들고 줄을 지어 운동장에 모였고, 국민의례에 이어 평택군수와 문화원장의 인사말이 이어졌고, 지역구 국회의원은 바빠서 먼저 갔다는 이야기가 거듭 흘러나왔다. 소도시의 지역 운동회를 겸한 단오제 행사로, 줄다리기와 씨름, 창포로 머리감기와 제기차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강릉단오제도 한때 군민체육대회로 굴절됐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그 비슷한 궤적을 보는 것 같았다.
평택 소사벌 단오제 전통주 선발대회에 출품된 술은 모두 16점이었다. 읍·면·동 별로 술을 잘 빚는 한 사람을 추천해 출품하게 했는데, 상품화되고 있는 평택 호랑이배꼽 막걸리도 출품되고, 경기도에서 빚어지는 프리미엄막걸리 천비향을 빚는 일에 참여한다는 이도 출품하고, 익산시 국화축제 기간에 열린 술 선발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이도 출품했다.
술 심사는 술을 빚은 이들을 대면 면접하면서, 맛에 대한 점수는 30점, 술을 둘러싼 내력과 제조법과 상품화 가능성은 20점을 배점해 평가했다. 운동장 차일 아래서 심사했으니, 심사 조건은 열악했지만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술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포황주 약술에 취해 잠이나 청하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