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추모객이 힐링 호스를 데리고 나와 추모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명곤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마르 마틴이 'IS가 내 뒤에 있다'라거나 '미국은 우리 조국을 공격하지 말라'는 허풍은 총기를 휘두를 명분을 얼마든지 내세울 수 있는 나라가 미국 사회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번 사건이 부인에게 사건 현장을 중계하는 등의 미치광이의 소영웅주의적 광란극으로 밝혀지자,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전쟁터'에서 살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사회에서 강도를 당해 총을 맞는 경우는 이제 진부한 얘기가 되어 버렸다. 나이 어린 형제가 소꿉장난하다, 부부싸움 하다, 엄마와 장난질 하다, 잔디 깎다 옆집 남자와 시비가 붙어서, 주행 중 앞 차에 바짝 차를 들이댔다가, 도로에서 '불켜라'며 시그널 깜박이다가, 교수와 학점 문제로 말다툼하다, 데이트 중 의견이 맞지 않는다며 총을 휘두르는 경우 등 '말보다 총이 먼저 나가는 사회'가 바로 미국이다.
올랜도의 비극은 오마르 마틴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충격에서 헤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주민들은 이틀 후 '악어의 공격'에 완전 혼이 나가 버렸다. 디즈니 월드 안의 한 리조트 앞 호숫가에서 네브라스카에서 온 2세 남아가 겨우 30센티미터 깊이의 물가에서 아빠와 함께 놀다 악어에 끌려들어가 수 시간 후에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올랜도 주민들을 사회 정신적 해체를 의미한다는 '아노미'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을 것이다.
일주일 사이에 연이어 괴기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사건들을 겪은 올랜도는 평상시와 다름없어 보인다. 차들은 동쪽 탬파와 올랜도로 가로지르는 주요 고속도로인 '인터스테이트 4번'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디즈니가 세워지기 이전 귤나무와 말이 오가던 시절인 1960년대 이전으로 돌아간 듯 우울하다. 마침 허리케인 시즌을 맞아 매일 한두 차례 쏟아지는 열대성 폭우도 이런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