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에는 비가 잦은 편이 아닌데 폭우가 쏟아져 온갖 불순물들을 다 씻어내는 듯했다.
이상옥
고급 백화점인 듯 상품들도 고급스러웠다. 백화점 1층 로얄층에 들어서자 온통 한국화장품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이런 게 바로 한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 있으면 한류라는 말을 피부로 느낀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지 않아, 송중기라는 스타도 몰랐지만, 중국에 와서 알았다. 너도 나도 송중기, 송중기 한다.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말을 "워스 한구어런(我是韩国人)"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친근감을 주는지 모른다. 백화점 신사복 매장에서 여름용 옷을 하나 사보려고 들어보니 종업원이 내게 인사를 하고 무어라고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 "팅부동(听不懂) 워스 한구어런(我是韩国人)", 즉 '말을 못 알아듣겠다,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하니 종업원의 눈빛이 달라진다. "오빠"라는 말이 금방 튀어나온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오빠 같은 단어를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 백화점에 한국인들이 많이 들러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정주에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칭다오 공항에서처럼 한국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서는 호객하기 위해서 종업원들이 한국어를 좀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