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가는 길목에 자리한 톨카 숙소.
송성영
점포 청년이 손짓하는 언덕은 불과 백여 미터에 불과했다. 거기다가 뜻하지 않게 50루피에 방을 내주겠다고 한다. 귀가 솔깃해 졌다. 본래 150루피인데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 싸게 내주겠다며 이층으로 올라와 보라고 손짓한다. 점포 주인의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 나는 속으로 '그래, 내리라면 내리고 있으라면 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청년을 따라나섰다.
단 한 명의 손님도 없는 숙소는 턱없이 싼 가격에 비해 의외로 깨끗했다. 네팔 국립공원의 450루피짜리 방보다 깔끔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따로 있었지만 본래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는 내겐 문제가 되질 않았다.
짐을 풀어 놓고 여권을 챙겨 간단한 인적 사항을 기재하기 위해 점포 안으로 들어서자 중년 부부가 반긴다. 점포청년의 부모라고 한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중년의 점포주인이 점포 옆에 풍성하게 매달려 있는 자두를 따와 내게 건넨다. 점포 앞에는 소쿠리에 자두가 가득 담겨 있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내다 팔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얼마를 드려야 하죠?"
그가 빙그레 웃으며 돈을 받지 않으니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한다. 약간 새콤한 맛에 달콤하니 맛이 있다. 옆에 있던 중년 사내의 아내가 손가락을 내 보이며 열 개에 5루피 한다고 말한다. 순박하게 웃고 있는 그에 반해 그의 아내는 어딘가 모르게 강인함이 있다. 생활력이 강한 한국 여성을 닮아 있다.
열 개의 자두를 사들고 방안으로 들어와 누웠다. '왜 여기에 와 있는 것이지. 왜 이 외딴 곳에 홀로 와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반복했다. 답이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그려, 타라고 하면 타고 내리라 해서 내려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조금 전에 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숙소에 잠시 누워 있다가 밖으로 나섰다. 중간에 한국인 여성이 일본인 여성과 네팔 안내원을 앞장세워 트래킹을 하고 있다. 거의 두 달 만에 한국어로 그녀와 말 몇 마디 나눈다. 갑자기 한국말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한국어가 이상하게 발음이 되었다. 그녀는 저만치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이 있어 몇 마디 주고받고 떠났다. 하지만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가 기억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