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고 덤비면" 저자가 쌍수 들고 환영할 책

[서평] 김영수 저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

등록 2016.05.12 10:30수정 2016.05.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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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정치사가 주 전공인 김영수 교수(경상대 사회과학원 학술연구교수)의 새 책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알렙 펴냄)에는 국가의 권한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권리를 최대화하는 민주국가의 상상적 대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가장 기초적인 질문부터 던집니다. 당신은 권리와 권력과 권한을 정확히 구분할 줄 아느냐고. 아프리카 변혁운동과 조합운동에서 실마리를 찾고, 한국 민주주의의 실천 현장에서의 활동 경험을 토대로, 저자는 상상의 대안을 던집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대한국민" 헌법으로 바꾸자고. 이제 제안에 대한 화답으로 인권보호관, 사회학자, 정치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서평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20대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나간다. 우리는 주권을 올바로 행사했는가? 선거는 우리의 의사에 맞게 치러졌는가? 예상 밖의 결과에 우리는 모두 놀랐고, '심판'이라는 화두가 선거 이전보다 선거 이후에 더 크게 회자되고 있다.

오만함에 대한 심판으로 새누리당이 제2당으로 물러났고, 호남 주민 홀대와 낡은 정치에 대한 심판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투표와 호남 지역에서 제1야당의 지위를 빼앗겼다. 신생 국민의당은 약진해 20년 만에 삼당 체제를 열면서 캐스팅보트를 갖게 됐다. 진보 정치를 주장하는 정의당의 입지는 더 약화되어 삼당 체제 안에서도 군소 정당의 입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원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승리의 축배와 심판의 쓴 잔을 동시에 받았다. 원내 제1당이라는 승리와 달리 국민의당의 약진으로 인해 제1야당 지위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제2당이 되었음에도 탈당 당선자들의 복당을 통해 다시 제1당이 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강자의 위상을 완전히 박탈당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당도 결정투표권을 장악했지만 호남에 포위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의당도 유일한 원내 진보 정당의 위상을 유지했지만, 그 위상이 위축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총체적 예측 불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각 정당들의 희비가 절묘하게 중첩된 것처럼 국민들의 심판도 절묘하게 이중적이다. 무엇보다 심판의 결과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일반 의사도 존재하지 않거나 모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협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라고 해석한다.

과연 그럴까? 국민들도 자신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유감스럽게도 이번 선거 결과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이 아니면 차악을 선택'한 결과였다. 결국 우리 정치는 차선과 차악 중의 하나라는 것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협치라는 미봉적 대응보다 우리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 겉표지.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 겉표지.알렙
마침 이러한 성찰을 위해 당차게 내놓은 책이 하나 있다. 김영수 박사의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알렙, 2016)가 그 책이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선 선거와 관련해 저자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함정"(199쪽)을 지적하며 형식과 내용을 문제 삼으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구체적 대안의 하나로 "경쟁을 최고조로 과열시켜야 민주주의의 꽃을 만개시킬 수 있다"(202쪽)는 전제 아래 정당 투표와 공약 투표 및 후보자 투표로 구성되는 3기표 제도를 제안한다.


이 책의 내용을 대표하는 열쇠어는 자유와 민주이고 방법론적 열쇠어는 의문과 상상이다.  의문은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해방으로 나아가고, 상상은 '어떻게?'라는 질문을 해결하며 희망을 일군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삶의 정치학으로 완성된다.

현상을 다룬 제1부에서 한국과 우리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고, 제2부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진 다음 그 허상을 파헤친다. 이어 상상을 구체화한 제3부에서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삶의 정치학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를 제시한다.


그가 구상하는 삶의 정치학은 민주주의에 충실하다. 그 민주주의는 "인민의 자기 통치 및 자기 지배"(281쪽)인 공화적 자치로서, 합의 민주주의와 코뮌주의를 포괄한다. 이것은 인민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와 자유와 평등의 동시 충족 및 그 가치의 동일성을 전제한다. 소수자가 정당하게 대우받고, 추첨으로 정치가 가능하다는 판단은 이러한 전제 위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또 뉘우치지만 우리는 여전히 허상의 실체가 뒤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로부터도 지배받지 않는 자유로운 사회임과 동시에 아무도 지배하지 않는 평등한 사회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이 허상으로 취급되는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허상은 모순된 실상을 민주주의라고 포장하고 세뇌시키는 현실이 허상임에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 허상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상식'을 이 책은 끊임없이 점검하게 한다. 이것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고발이자 피로 쓴 몸의 시학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도시에서 진보 활동에 종사하다 귀농하여 삶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진보 활동의 중단이 아니다. 여전히 도시의 진보 활동과 연결을 유지하면서 농촌에서 삶의 정치학을 실천하며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이 곧 정치적인 것'이라는 이 책의 판단은 이러한 삶의 변화를 통해 더 발전된 모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새내기들이 찾아와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데, 그 추천 도서 목록의 앞자리에 이 책을 추가할 것이다. 이 책은 인민을 진정한 주권자로 세우기 위한 노력의 산물로서 그 누구보다 정치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지만, 아마도 그들은 읽지 않을 것 같다. 인민들이 통치자를 바꾸듯, 우리 스스로가 읽어서 그들에게 강력하게 권해야 하리라.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성 속에서 끝없이 다양화되고 발전해가는 속성 자체에 있다. 어떤 민주주의에도 절대성을 부여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민주주의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이 책도 의심하자고 덤벼들 수 있다. 저자는 오히려 제대로 이해했다고 좋아하면서 기꺼이 함께 토론하자고 나설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병기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있다. 쓴 책으로 <코포라티즘 정치>(공저, 2015), <세상을 바꾸는 표준>(2014), 옮긴 책으로 <상상력에 권력을?: 1968혁명의 평가> 등이 있다.

당신은 민주 국가에 살고 있습니까

김영수 지음,
알렙, 2016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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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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