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 겉표지.
알렙
마침 이러한 성찰을 위해 당차게 내놓은 책이 하나 있다. 김영수 박사의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알렙, 2016)가 그 책이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선 선거와 관련해 저자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함정"(199쪽)을 지적하며 형식과 내용을 문제 삼으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구체적 대안의 하나로 "경쟁을 최고조로 과열시켜야 민주주의의 꽃을 만개시킬 수 있다"(202쪽)는 전제 아래 정당 투표와 공약 투표 및 후보자 투표로 구성되는 3기표 제도를 제안한다.
이 책의 내용을 대표하는 열쇠어는 자유와 민주이고 방법론적 열쇠어는 의문과 상상이다. 의문은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해방으로 나아가고, 상상은 '어떻게?'라는 질문을 해결하며 희망을 일군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삶의 정치학으로 완성된다.
현상을 다룬 제1부에서 한국과 우리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고, 제2부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진 다음 그 허상을 파헤친다. 이어 상상을 구체화한 제3부에서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삶의 정치학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를 제시한다.
그가 구상하는 삶의 정치학은 민주주의에 충실하다. 그 민주주의는 "인민의 자기 통치 및 자기 지배"(281쪽)인 공화적 자치로서, 합의 민주주의와 코뮌주의를 포괄한다. 이것은 인민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와 자유와 평등의 동시 충족 및 그 가치의 동일성을 전제한다. 소수자가 정당하게 대우받고, 추첨으로 정치가 가능하다는 판단은 이러한 전제 위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또 뉘우치지만 우리는 여전히 허상의 실체가 뒤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로부터도 지배받지 않는 자유로운 사회임과 동시에 아무도 지배하지 않는 평등한 사회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이 허상으로 취급되는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허상은 모순된 실상을 민주주의라고 포장하고 세뇌시키는 현실이 허상임에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 허상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상식'을 이 책은 끊임없이 점검하게 한다. 이것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고발이자 피로 쓴 몸의 시학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도시에서 진보 활동에 종사하다 귀농하여 삶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진보 활동의 중단이 아니다. 여전히 도시의 진보 활동과 연결을 유지하면서 농촌에서 삶의 정치학을 실천하며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이 곧 정치적인 것'이라는 이 책의 판단은 이러한 삶의 변화를 통해 더 발전된 모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새내기들이 찾아와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데, 그 추천 도서 목록의 앞자리에 이 책을 추가할 것이다. 이 책은 인민을 진정한 주권자로 세우기 위한 노력의 산물로서 그 누구보다 정치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지만, 아마도 그들은 읽지 않을 것 같다. 인민들이 통치자를 바꾸듯, 우리 스스로가 읽어서 그들에게 강력하게 권해야 하리라.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성 속에서 끝없이 다양화되고 발전해가는 속성 자체에 있다. 어떤 민주주의에도 절대성을 부여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민주주의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이 책도 의심하자고 덤벼들 수 있다. 저자는 오히려 제대로 이해했다고 좋아하면서 기꺼이 함께 토론하자고 나설 것이다.
당신은 민주 국가에 살고 있습니까
김영수 지음,
알렙,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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