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양조장 벽면 가스배관을 활용한 트릭아트 작품.
허시명
포항 동해양조장을 1년 만에 다시 찾아갔는데, 변한 게 있었다. 회사의 로고가 바뀌었다. 넘실대는 파도 위로 떠오르는 해와, 출렁이는 술잔으로 떨어지는 술방울과, 발효통에서 튀어오르는 기포의 이미지를 결합시킨 로고였다.
주인이 바뀌지 않고서야 쉽게 바뀌기 어려운 게 양조장 로고다. 어떤 이유인지 서른 중반의 아들, 양민호 공장장에게 물어보았다. 2015년에 디자인 개선 사업으로 로고를 바꿨다고 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훤하다. 그 과정에서 아들은 아버지와 많은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양조장의 권력은 정치 권력과도 흡사하다. 어느 노정객이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는 게 아니라고 했다. 양조장도 흡사하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처지에서, 의욕이 앞선 아들이 저지를 일을 두려워한다. 맛이라는 지각판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라는 지층에서는 커다란 산사태가 일어난다. 그래서 양조장의 아버지들은 세월 속에 길들여진 맛을 아들들이 하루아침에 바꾸려는 것을 지극히 경계한다. 물론 아들들은 그게 하루아침이 아니라고 말한다.
양민호 공장장은 가업을 이은 지 10년째가 된다. 그는 '포항 사나이라면 해병대에 입대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권유를 받고 해병대에 입대했다. 집에서 멀지 않는 해병대에 입대해 보게 된 놀라운 장면은 우러러보던 장군들이 마치 동네 아저씨처럼 막걸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동해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로. 그 순간 그는 막걸리에 자부심을 느꼈고,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버지 친구 덕에 유명해진 동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