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부산지역 20대 총선 당선자들이 14일 오전 중구 중앙공원 충혼탑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하갑 최인호, 남구을 박재호, 부산진갑 김영춘, 북강서갑 전재수, 연제 김해영 당선자.
정민규
"진짜?" 지난 13일 오후 6시 TV에서 총선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부산 최대 격전지라던 북·강서갑 전재수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함께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부산에서만 7곳 경합. 4곳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박빙 우세가 점쳐진다는 예측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죠.
한동안 여기저기서 "7개 맞냐?"라든가 "몇 %포인트로 앞서냐" 따위의 이야기가 돌림노래처럼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물론 저도 그 틈에 끼어있었죠. 부산에서 몇 번의 선거를 취재했지만, 야당이 이렇게나 선전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은 사실 주변에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부산 더민주 1위가 호남 전체보다 많다는 거야?"의아한 듯 타사 기자가 물어왔습니다. 전라남·북도와 광주광역시 전체에서 더민주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1위로 나온 곳은 3곳. 부산은 4곳이었죠. 사실 이때까지도 "출구조사는 원래 잘 틀린다" 또는 "막판에 보수층 표는 결집하게 되어있다"는 기존의 정치 상식이 기자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상식은 오후 8시를 넘어가며 깨지기 시작합니다. 전 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사방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부산진갑 김영춘 쪽도 난리 났어요", "박재호 (남구을) 후보는 벌써 당선 세리머니 준비한다는데요", "연제구, 더민주로 넘어갑니다", "사하갑 최인호 후보 당선 소감 받으신 분 있나요?" 조금 전까지 잡담을 주고받던 기자들이 노트북 화면에 코를 박고 타자 치는 기계라도 되는 듯 기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급하게 써서 날린 부산 지역 당선자 기사만 5꼭지. 부랴부랴 이동하는 각 후보의 선거 캠프는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고, 근처만 가도 함성이 건물 밖으로 새 나왔습니다. 새벽을 넘겨 일하는 기자들이 "세상에 부산에서, 세상에 부산에서" 계속 혼잣말을 되뇌었죠. 젊은 기자들보다 나이든 선배 기자들의 반응이 더 격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부산 유권자 무시했던 새누리의 뒤늦은 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