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 내용아직 한글도 모르는 아이한테 무슨 짓인가 싶다
이희동
선택권은 없어 보였다. 아이에게 영어를 안 가르치려면 녀석을 어린이집에서 일찍 데리고 오거나 아이 혼자 놀게 하는 법밖에 없었는데, 처음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한창 친구들과 노는 것에 재미 붙인 아이에게 그 두 방법은 모두 힘들어 보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영어 교육 비용 3만4000원을 별도로 내는 수밖에.
한 달에 3만4000원. 물론 아이의 교육을 생각하면 결코 큰 비용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이 돈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듯 했다. 결국 이는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욕망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나름 교육에 대한 뚜렷한 소신으로 아이의 선행학습에 반대하고 있지만, 과연 이 생각이 현실과 부딪히면서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혹시 내가 무의식적으로 돈 때문에 아이 교육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지난달 봤던 기사 한 꼭지가 떠올랐다. 꽤 오랫동안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와 있던 기사였는데, '저소득층 사교육 포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바로 그것이었다. 혹시 '저소득층 사교육 포기'라는 것이 결국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감소사실 포털에서 처음 '저소득층 사교육 포기'라는 문구를 봤을 때 들었던 감정은 불쾌함이었다. 얼핏 생각해보면 저소득층이 돈이 없어 사교육을 할 수 없다는 당연한 이야기인 듯도 했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저소득층 사교육 포기? 교육비<주거비'라는 <연합뉴스>의 기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