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오후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주민센터에서 설치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체험장에서 주민센터 관계자가 유권자 투표지를 기계에서 출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유권자는 오히려 환호하지. 경제 장관 했으니까 우리 지역 예산 많이 따오겠지. 의대를 유치하려면 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해. 이런 유권자의 의식이 지역이기주의, 권력 지향의 국회의원을 많이도 만들었지.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를 낸다면, 민주주의 발전의 걸림돌이자 역자의 퇴보가 아닐까.
다들 살기 힘들다고 난리다. 우리 같은 50대 초반은 직장에서 밀려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고, 장사하는 친구들은 사는 게 아니라 버틴다고도 하고. 젊은이들은 취직 안 된다고 쩔쩔 매고, 비오는 저녁 우의도 없이 폐지를 모으는 노인들은 또 어떤가. '온 가족이 번개탄을 피우고'로 시작하는 뉴스도 자주 소개된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은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떠나고 싶다고. 이 나라 뜨고 싶다고. 그러나 그렇게 푸념하는 친구들 대부분은 이 나라를 떠날 여력도 없지.
문제는 정치라는 생각이 들어. 경조사만 찾아다니는 무능력자. 지역 예산 확보를 공약한 사람이 모인 국회. 우리 같은 민초들이 살기 힘들어 지는 건 우연이 아니라 당연하고 필연이야. 왜냐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할 대표자를 뽑아야 할 국회의원 투표권을 가지고 조문 올 사람, 지역 예산 챙겨올 사람, 국회에서 큰소리 칠 사람을 뽑아왔기 때문이지.
장차관을 지내면서, 재벌을 옹호하고 담뱃세 인상으로 민초들의 호주머니를 털던 사람을 선택하고 앞으로 4년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미신보다 못한 맹신이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퍼붓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선택하고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선 세력들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친일 청산, 교육 민주화를 외치는 건 몰염치한 일이지.
한 표가 어떤 4년을 만들지 내다볼 안목 필요해친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을 보면서 바둑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 정답이 아니라 최선의 길이 있을 뿐이지. 알파고는 인간을 이기기 위해 1초에 10만 개의 수를 찾아낸다고 하더군. 물론 인간이 그럴 수 없겠지. 하지만 우리의 한 표가 4년 동안 어떤 정치로 나타날는지 정도는 꼼꼼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답이 아니라 최선을 찾아내려는 노력. 이것이 민주주의 발전이고 역사의 진보라는 생각이 들어.
나이 쉰을 넘긴 우리를 언론에서는 보수 세력에게 유리한 계층으로 분류하더군. 그러나 나를 진보, 친구를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나눈다는 건 의미가 없어. 우리가 젊은 날 광주 학살자 처벌을 외치며 길거리에 나선 건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였고 상식의 마지노선이었지.
그래, 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다운 사람을 뽑는 건 유권자의 의무이자 상식이지. 지나온 4년보다는 앞으로 4년이 더 나아져야 한다면 일주일밖에 남지 않는 지금 알파고처럼 치열한 수싸움 한번 해봐도 좋지 않을까?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해서 긴 글 쓰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4
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쉰 넘은 우리가 보수? 이번엔 수 싸움을 해보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